[씨네21 리뷰]
[리뷰] 영롱하고 찬란하기도 하지, 행복을 아는 순진무구한 미소들, <너의 색>
2024-10-09
글 : 이자연

고등학생 토츠코에게 세상은 몹시 알록달록하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성격, 분위기에 따라 각기 다른 색깔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아름다운 색을 발견한 토츠코는 그 주인이 같은 반 키미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키미가 학교를 그만뒀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토츠코는 키미를 찾아나선다. 중고 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홀로 기타를 연습하는 키미를 발견한 토츠코는 피아노 연주라는 유사한 관심사를 빌미 삼아 말을 건넨다. 그 순간 키미와 토츠코에게 불쑥 다가온 한 남자애의 질문이 이들에게 파동을 선사한다. “혹시 두분 다 밴드를 하고 있나요?”

<너의 색>은 각각의 제약을 지닌 세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재구성할 기회를 선물한다. 학교를 그만뒀지만 할머니에게 진실을 전하지 않은 키미, 부모가 바라는 장래희망과 자신의 꿈이 일치하지 않는 루이, 시각적 환상으로 일상적인 어려움을 겪는 토츠코까지. 영화는 아이들에게 거국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보다 어려움에서 스스로 벗어나도록 독려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시선을 이해하는 작품 속 너그러운 어른들의 태도에서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온화한 접근 방식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세 친구의 결합을 보다 끈끈하게 만들어줄 서사적 연결고리가 부족하고 인간의 색깔을 본다는 토츠코의 독특한 개성이 작품 컨셉만큼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밴드 무대 또한 다소 밋밋하게 연출되어 단조롭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목소리의 형태> <리즈와 파랑새> 등 미묘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드러낸 야마다 나오코 감독 특유의 여운을 남기는 방식이 안정적으로 결말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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