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ULTURE BOOK] 겟 아웃 각본집
2024-10-21
글 : 이다혜

조던 필 지음 박수민 옮김 모던아카이브 펴냄

조던 필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 <겟 아웃>의 각본집이 출간되었다. <겟 아웃>의 각본은 2021년, 미국 영화, TV, 라디오 등 각본가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인 미국작가조합(WGA)이 2만명에 달하는 조합원의 투표로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각본 101’ 1위에 선정되었다(<기생충>은 4위에 언급되었다). 조던 필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최우수 오리지널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겟 아웃 각본집>에는 영화의 전체 각본은 물론, 박찬욱 감독이 쓴 한국어판 서문, UCLA 대학에서 흑인 공포영화를 주제로 강의하는 타나나리브 듀의 ‘<겟 아웃>과 흑인 호러 미학’ 분석글, 감독의 말, 삭제 장면, 대체 결말까지 <겟 아웃>에 얽힌 풍성한 읽을거리를 만날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의 한국어판 서문은 단락을 맺을 때마다 “각본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라며 감탄이 따라붙는데, ‘각본’의 훌륭함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지 궁금한 독자에게 귀한 글이다. 이 영화가 신뢰의 문제를 다루면서 “믿음의 정점에 있어야 마땅할 경찰이 우리 주인공에게는 가장 끔찍한 잠재적 가해자라는 미국의 사정”을 드러내고 그 결과 작은 백인 마을을 넘어서서 미국 전체로 문제의식을 확장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장면을 분석함으로써 말이다. 듀의 글은 흑인 관객들이 호러영화를 즐기는 방식에서부터 미국영화에서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로맨스가 그려져온 방식(시드니 포이티어와 캐서린 헵번이 출연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중요하게 언급된다)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읽기를 시도한다. 이 영화의 유명한 “침잠의 방” 장면에 대해 조던 필이 직접 이야기한 내용도 흥미롭다. “내가 감옥 산업 시스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 사람들은 흑인을 납치해서 구덩이에 던져넣는데, 우리 사회는 그들을 마음 한구석으로 밀쳐놓고 있죠.” 또한 이 장면은 노예제도에 뿌리를 두고 노예해방에서 살아남은 백인 우월주의와 그 유산을 고집스럽게 거부하는 국가를 설명하는 개념적 표현이기도 하다는 게 듀의 설명이다. 시나리오는 해당 장면의 스틸 사진들과 함께 실려 있으며, 삭제 신에 이어 대체 결말까지 읽고 나면 오싹한 기분이 한층 강해진다. 참고로 대체 결말(실제로는 각본 초안의 결말이었다)에 대한 조던 필의 해설 또한 주석의 마지막 글에서 읽을 수 있으니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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