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리얼리즘의 함정에 빠져 인방 생태계의 심연을 허우적댄다, <개그맨>
2024-10-23
글 : 최현수 (객원기자)

만년 실적 꼴찌인 의료기기 영업사원 근성(허지원)의 부업은 인터넷방송 BJ다. 물론 회사 생활처럼 그의 방송도 ‘하꼬’ 신세를 면치 못하는 중이다. 우연히 동창회에서 유튜버로 잘나가는 개그맨 종만(남연우)을 만난 근성은 그에게 합방을 제안하지만 대차게 거절당한다. 홧김에 만취 방송을 켜고 종만의 학교폭력 사실을 폭로한 근성은 다음날 인터넷상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다. 전승표 감독의 장편 데뷔작 <개그맨>은 인터넷방송의 생태계를 적나라하게 탐구한다. 떡상, 나락, 어그로, 주작 등으로 대변되는 개인 방송의 구조를 투명하게 그려낸 리얼리즘이 영화의 강점이다. 특히 실제 스트리머를 보는 듯한 배우 허지원의 열연과 노골적인 언어로 점철된 채팅장과 도네이션(기부)이 현실감을 더한다. 다만 조회수에 매몰된 세 인물의 이전투구를 너무 깊게 파헤친 나머지 자극적인 1인 방송의 병폐에 동화된 것처럼 보이는 접근 방식에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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