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를 실눈 뜨고 보는 신예 강신희가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의 오디션에 응한 건 “연기할 기회를 얻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미팅에서 어느샌가 모두를 웃게 하는 친화력과 자신감으로 따낸 역할은 세강여고 4인조 중 3학년 현정이다. 현정은 카메라를 들 근력을 기르기 위해 핑크 아령을 들고 다닐 만큼 촬영감독이란 확실한 꿈이 있었지만 공부에 있어선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런 현정이 수능 만점이라는 보상이 걸린 귀신과의 숨바꼭질에 동참한다. 배우 강신희는 시나리오를 읽는 동안 숨바꼭질을 결심한 소녀들의 동기에 주목했다. “지면 본인이 사라지는 목숨 건 게임인데 다들 얼마나 절실하면 도전했을까. 그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이 작품이 웃음을 주면서도 모두가 공감할 고민까지 짚어줘서 마음에 쏙 들었다.” 배우로부터 영감을 받은 김민하 감독은 현정을 백지상태로 되돌렸고 강신희는 도화지 위에 자기 색깔을 듬뿍 입혔다. 워낙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너의 느낌대로 해도 된다”는 감독의 말에 겁이 나기도 했지만 매일 준비한 것들을 감독에게 피드백 받으며 "불안이 확신으로 전환되는, 진짜 배우가 돼가고 있다는" 고양감을 느꼈다. 그렇게 현정은 강신희의 세공으로 재탄생했다. “현정이 체육복 차림의 단벌 신사라 해도 패션에 은근히 신경 쓰는 친구 같아 멋부림용의 알 없는 안경을 제안했고, 빠릿빠릿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여 터덜터덜한 걸음걸이를 고안했다. 멍 때리는 표정은 아메바 소녀들 중 현정이 리스너 포지션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무념무상인 스타일을 고려해 60%만 듣고 40%는 그냥 흘려듣는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뒤로 고개를 젖히며 기절하는 제스처는 감독님의 전작에 등장하는 기절하는 캐릭터에서 따왔는데 자세히 보면 젖히는 각도와 방향이 매번 같다. 치밀하게 계산했다. (웃음)”
현정처럼 친구 복이 있는 덕에 강신희는 배우의 길을 돌아가지 않을 수 있었다. 일찍이 영화와 드라마에 과몰입하는 편이었는데 고1 때 그걸 받아주는 옆자리 짝꿍을 만나 연기에 재미를 붙였다. 부모님의 반대로 비예술학과를 생각하던 고3 때는 연극영화과를 지망하던 친구와 짝꿍이 돼 다시금 결심했다. “신희 너 정말 연기 좋아하지 않냐고, 아직 늦지 않았다는 그 친구의 말이 용기가 돼 결국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특기가 몰입인 터라 어떤 작품에도 잘 빠져들 자신이 있지만 강신희가 지금 가장 만나고 싶은 장르는 시대극이다. “한복 입고 고무신 신던 시대에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자주 하기도 하고, 조선시대 사진 속 인물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듣곤 해서 호기심이 있다. 내가 맡게 될 캐릭터들이 줄지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설렌다. 하루빨리 그들 한명 한명과 인사를 나누고 싶다.”
신희 선배가 현정에게
“현정아, 안녕. 지금도 아령 운동 열심히 하고 있니? 귀신하고 숨바꼭질하느라 고생 많았어. 겁 많은 네가 친구들을 구하겠다며 냉장고 앞에서 귀신과 사투를 벌인 일은 정말 멋졌어. 그동안 열심히 공부하는데 성적은 안 올라서 힘들었지? 앞으론 통째로 외우려고 하지 말고 요령을 습득해보자. 현정아, 내가 너를 응원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 해맑은 네가 앞으로 웃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희 4명의 우정도 영원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