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극장가에 드리운 잿빛 구름이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 극장가의 전통적인 극성수기는 여름방학 시즌과 10월 국경절 연휴이지만, 2024년 이 두 시기의 관객수는 전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비교해도 크게 감소했다. 올해 2월에 개봉한 <백엔의 사랑>의 리메이크작 <맵고 뜨겁게>가 34억6천만위안, 7월에 개봉한 <인형 뽑기>가 33억3천만위안의 매출을 낸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흥행 영화가 없다는 점 또한 중국 극장가 부진을 나타내는 단적인 지표다. 다수의 중국 언론은 내수경기 침체와 청년 실업률 증가 등으로 인해 젊은 관객들이 이전보다 극장 나들이에 인색해졌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아무리 소비가 둔화되어도 좋은 영화가 있다면 극장으로 걸음을 옮길 준비가 된 관객들까지 볼 영화가 없다며 불평하는 것을 볼 때, 침체의 내막은 다양한 층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팬데믹 이후 중국 정부는 자국 문화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주요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주선율(主旋律) 영화나 애국 기조의 영화를 내세웠고, 이에 다양한 이야기에 목마른 관객들은 개봉작보다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눈을 돌렸다. 게다가 자국 영화 보호 정책의 일환인 할리우드영화의 수입 규제가 맞물리며 글로벌 영화 시장에서 중국의 입지 또한 점차 좁아지는 추세다.
내년은 중국영화가 탄생 120주년을 맞는 해다. 19년 전인 중국영화 100주년 때만 해도 ‘중국 최고의 영화 100편’을 선정하면 홍콩, 대만 영화에 비해 중국 본토 영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12%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 19년간 중국영화계는 <전랑>(2015), <전랑2>(2017), <나는 약신이 아니다>(2018), <유랑지구>(2019) 등 본토 영화가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황금기를 누려왔다. 중국 관객들은 긴 부진의 늪에 빠진 중국 극장가를 살리기 위해 자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중국영화 10편’을 선정해 SNS에 공유하는 챌린지가 중국 내에서 연일 화제다. 중국 극장가가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중국 영화 탄생 120주년을 어떻게 맞이할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