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바래고 찢어진 누런 장판엔 클리셰조차 안 붙는다, <하우치>
2024-11-13
글 : 최현수 (객원기자)

사업은 진즉에 망했고 딸마저 가출을 택했다. 후배에게 빚 독촉까지 당하는 재학(지대한)에게 남은 것은 30년지기 친구들뿐이다. 해사고등학교의 독수리 오형제를 이끌던 전성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구차하게 동창에게 손을 내미는 신세다. 염치를 무릅쓰고 건설사 대표가 된 친구에 빌붙어 재개발 용역 일을 돕던 재학에게 의문의 전화가 온다. 수화기 너머로 잊고 있던 첫사랑 경화(손지나)의 이름이 들리자 재학은 깊은 추억에 잠긴다. <하우치>는 실패한 중년 남성이 첫사랑을 회상하는 이야기다. 부산 사나이를 외치며 마초이즘의 체면을 중시하는 영화를 요약하자면 ‘중년 판타지’다. 문제는 일말의 판타지조차 작동하기 어렵게 하는 영화의 만듦새다. 화교 출신 첫사랑을 만두와 기초적인 중국어 단어 몇개로 갈음하려는 등 성의 없는 설정이 난무한다. 지대한, 손지나, 김병옥 등 베테랑 배우들의 분전에도 영화를 살리기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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