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한 채’를 얻으려던 길에서 마주한 상태로서의 ‘한 채’, <한 채>
2024-11-20
글 : 최현수 (객원기자)

내 집 마련을 위해 생면부지의 두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신혼부부 특별공급 분양이다. 어린 딸을 둔 남자 도경(이도진)은 자신의 위장결혼 상대가 늙은 아버지 문호(임후성)의 보살핌 속에 자란 지적장애 여성 고은(이수정)이라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한다. 하지만 당첨이 될 때까지는 부부 행세를 해야 한다는 브로커의 당부에 도경은 자신의 집으로 부녀를 들인다. <한 채>는 위장결혼으로 사기 분양을 시도하는 두 가족의 이야기지만 ‘위장’과 ‘사기’라는 단어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거짓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이나 서로 다른 배경의 집안이 충돌하며 자아내는 코미디도 없다. 대신 영화를 맴도는 유일한 명제는 한 지붕 아래 선의도 악의도 없이 살아가는 공존의 상태다. 한기가 드는 창과 온기가 남은 바닥이 모여 미지근해진 반지하처럼 <한 채>는 무감한 카메라와 건조한 현실이 자아낸 균열에도 살아남은 존재들의 내일을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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