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내 안에 영원히 이어질 모험담, <무파사: 라이온 킹> 에런 피어
2024-12-05
글 : 이자연

배리 젱킨스 감독과 TV시리즈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함께 작업했던 에런 피어는 <라이온 킹>의 프리퀄 <무파사: 라이온 킹>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보인다.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의 귀여운 어린 시절부터 고독하지만 흔들림 없는 리더가 되기까지 삶의 궤적을 진솔하게 그려낸다. 사자의 영웅담을 재조명하기 위해 오히려 인간관계와 감정의 원형을 집중적으로 관찰했다는 에런 피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어느새 <라이온 킹>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무파사 역을 제안받았을 때 처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기억하나.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내가 무파사 역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을 배리 젱킨스 감독은 2021년 내 생일날까지 기다렸다가 전해주었다. 선물처럼 말해주고 싶었단다. (웃음) 그날만큼은 진정한 의미의 나의 날이었다.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감격스럽다. <라이온 킹>의 기록에 함께할 수 있다니. 일생에 한번뿐인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는 배리 젱킨스 감독의 두손을 꼭 잡고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버전으로 이 이야기를 완성하고 싶었다.

- 무파사는 <라이온 킹>에서 많은 동족이 가장 따르는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잘 알려지지 않은 존재이다. 이번 프리퀄 시나리오를 통해 무파사를 어떤 인물이라고 분석했나.

배리 젱킨스 감독이 내게 제시한 방향성이나 나 스스로 찾은 영감 모두 오리지널 <라이온 킹>에서 비롯했다. 길잡이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라이온 킹>을 다시 돌아봤다. 가장 힘들었지만 이 작품을 위해 꼭 필요한 챌린지는 그를 이해하는 일이었다. 단 새롭게 이해하는 게 중요했다. 내가 <라이온 킹>을 통해 무파사를 처음 만난 때가 1994년이다. 꽤 오랜 시간이 우리 사이에 흘렀다. 그는 지혜로우며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면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 주변 동족들에게 존경받고 사랑받는다. 언제나 승리자로서 공동체 안에 안전하게 소속되어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무파사를 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그가 어릴 땐 어땠는지, 사춘기를 어떻게 통과했는지 그리고 어떤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이 자리에 도달할 수 있었는지 알아야 했다. 나에게 이런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무파사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 그가 사용하는 언어나 제스처의 미묘한 뉘앙스도 가늠할 수 있었다. 무파사도 어릴 적엔 자기 확신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모든 존재가 변하듯 무파사 또한 자기만의 성장을 이뤄온 것이다.

- 이번 작품에서는 무파사와 스카가 긴 시간 쌓아온 갈등을 드러내는 게 가장 중요한 미션이었을 것 같다. 어떤 식으로 목소리 연기에 감정을 담고자 했나.

나는 이전에 애니메이션 작품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내게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연극무대에 오르는 것처럼 접근하는 것이다. 먼저 음성적으로 워밍업을 하고 신체적으로 예열한 다음에 부스에 들어가 헤드폰을 쓰며 팀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일할 때에는 옳고 그름보다 진실에 다다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될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진실되게 받아들이고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면 모든 긴장에서 해방될 수 있다. 물론 엄청 떨렸다. (웃음) 매번 긴장됐다. 그때마다 혼잣말로 나를 달랬다. ‘긴장해도 괜찮아. 긴장해도 괜찮아. 긴장할 만한 일이야. 하지만 긴장감이 나를 방해하게 두어선 안돼.’ 잘하고 싶은 만큼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받아들여야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불안에 지고 싶지 않다는 것을, 잘 수행해내야 한다는 것을 계속 상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게 내가 되고 싶은 나니까.

- 노래도 직접 불렀다. 이 과정은 어떻게 기억하나.

너무 재미있었다. 즐거웠다. 셀 수 없을 만큼 노래를 많이 불렀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린 마누엘 미란다 음악감독과 그의 팀원들이 내 목소리가 갈 수 있는 곳으로 방향을 안내해줬다. 내가 디즈니 노래를 작업하다니.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졌다. 모든 과정, 모든 순간이 아름다웠다.

- 배리 젱킨스 감독과 어떤 지점에 관해 의논했나. 가장 기억에 남는 디렉션이 있다면.

젱킨스 감독의 디렉션은 무척 아름답다. 그가 쓰는 언어, 가리키는 방향 모든 게 영화적이다. 목소리 연기를 하면서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날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날도 있다. 그렇지만 이 보조장치가 없더라도 젱킨스 감독이 있기 때문에 머릿속에 그림을 상세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어릴 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이끌어내야 했다. 어른이 되고 바쁜 삶을 살다보면 이것들의 스위치가 꺼지기도 하는데 아주 오랜만에 다시 켤 수 있어 참 좋았다. 상상과 호기심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실이 퍽 낭만적이지 않나. 캐릭터들을 살아 숨 쉴 수 있는 원천이기도 했다. 배리 젱킨스 감독과 함께한 날들 중 좋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길 바라나.

애니메이션이 지닌 매력 중 하나는 그 작품을 봤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주제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애니메이션은 사람들이 대화하도록 만든다. 실제로 <무파사: 라이온 킹>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건강한 방식으로 서로에 관여할 수 있는지,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지나치게 교훈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그러나 따뜻하고 포용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끌어가도록 돕는다. 관계와 이해. 이 지점에서 작품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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