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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모두를 위한 평등한 교육’을 모토로 만 3살부터 의무교육을 실시한다. 자유. 평등. 박애를 근본이념으로 내세우는 공화국의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무얼 배울까? 프랑스 다이렉트 시네마의 거장 클레르 시몽이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직접 카메라를 들고 파리 외곽의 마카레카 초등학교로 떠났다. 그곳에서 찍은 그의 신작은 <수업>이다. 시몽은 일찍이 유치원 아이들의 쉬는 시간에 벌어지는 잔혹 동화 <레크리에이션스>(1998), 영화 과정을 선택한 파리 외곽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느끼는 고독을 전면으로 취재한 <미숙한 고독>(2018), 프랑스의 명문 영화학교 페미스의 입시 현장을 다룬 <프랑스 영화학교 입시 전쟁>(2016) 등 30여편의 중단편다큐멘터리를 통해 프랑스의 교육 현실을 다각도로 담아낸 바 있다.
<수업> 속 초등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학교에서 배운다. 26 나누기 2(산수), 문학책 읽고 토론하기(언어), 페트병을 이용해 폐활량 측정하기(과학), 레슬링 기술로 상대 제압하기(체육), 내키는 대로 자화상 그리기(미술), 체스에 지더라도 화내지 않기(도덕), 팝송 부르기 및 연주하기(음악), 발바닥에 땀이 나게 춤추기(무용)…. 뿐만 아니라 마카레카의 학생들은 바칼로레아를 미리 경험하듯 종교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발표하고, 학교생활의 빠질 수 없는 재미인 에펠탑 근처로 소풍도 떠난다. 다양한 문화, 인종, 종교를 가진 학생들이 교사의 일방적 강의 교수에 그치지 않고 서로 뒤섞여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수업>과 가장 닮아 있는 영화는 니콜라 필리베르의 <마지막 수업>(2002)이다. 프랑스 중부의 오베르뉴 학생들이 4살부터 11살까지 단일 학급에서 한 선생님에게 배우며 벌어지는 학교생활을 다룬 이 작품은, 개봉 당시 전세계 18개국에서 300만명이 넘는 관객들을 만나며 초유의 흥행을 기록했다. 그러나 <마지막 수업>은 특정 주인공을 중점에 두고 고전적인 드라마투르기를 짜갔던 반면 클레르 시몽은 다수 학생들을 무리 속에서 관찰하기를 택했다. 프랑스 사회 전반에 공교육을 향한 불신이 뿌리내린 지금, <수업>이 <마지막 수업> 같은 흥행은 기록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에 다시 한번 작은 희망과 기대를 걸도록 만드는 작품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