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이자연의 TVIEW] 언더커버 하이스쿨
2025-02-28
글 : 이자연

미남의 국정원 요원이 고등학생으로 위장하여 학교에 잠입한다는 설정. 수사물에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적 단골 소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익숙한 재미와 비밀을 들킬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심리전을 보장한다. 게다가 이제 막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서강준의 등장이라. 느슨해진 드라마 시장을 기강 잡으러 왔다는 가벼운 농담은 그의 수려한 외모와 함께 입증된 명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언더커버 하이스쿨>은 고정된 엔터테인먼트나 배우의 이미지에 의존하길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도난당한 국보급 문화재 반가사유상을 되찾는 도중 치명적으로 훼손시킨 정해성(서강준)은 그에 대한 처벌로 위장 잠입을 명령받는다. 미션은 간단하다. 사라진 고종 황제의 금괴를 찾는 것. 그렇게 정해성이 찾은 곳이 바로 병문고등학교다. 대한민국 최고 명문 사립고이자 금괴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곳. 정치·경제·의료 등 각 분야의 엘리트가 탄생하고 견고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곳.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언더커버 하이스쿨>이 학교라는 공간적 배경을 활용한 방식이다. 친일파가 설립한 명문고, 이사장의 조용하고 점진적인 비리, 흉흉하게 전해내려오는 의미심장한 학교 괴담들, 교실 내 계급, 노골적인 학교폭력, 회색지대에서 무뎌진 교사들의 방관 그리고 기간제교사의 설움까지. <언더커버 하이스쿨>은 학교를 국정원 요원이 멋지게 과업을 수행해내는 배경으로만 머물게 하지 않고, 학교라는 거점을 통해 그로부터 파생되는 모든 문제를 날카롭게 끌어낸다. 그래서일까. 병문고는 현실과 픽션을 연결하는 유기체로서 적극적으로 비밀을 은폐하는 다세포생물처럼 보인다. 드라마가 학교 안의 모든 빛과 그림자를 밀도 높게 비추는 사이, 금괴를 찾는 정해성의 분투는 각자의 학창 시절을 반추하는 우리의 몫이 된다.

check point

지금까지 다양한 이력을 거쳐온 진기주 배우. 혹시 교사(혹은 강사)의 경험도 있는 건 아닐까? 급식실에서 싸우는 정해성과 박태수(장성범)에게 “너네 뭐하는 거야?! 상담실로 가 있어, 둘 다!” 하고 외치는 발성은 분명 우리가 10대 때 만나본 학생주임의 것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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