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고등학생(간첩 리철진), 북한군 병사(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청부업자(킬러들의 수다), 청각장애인(복수는 나의 것) 등 개성적인 역할을 단골로 맡아온 영화배우 신하균(28)이 모처럼 수수한 외모답게 평범한 인물로 등장한다.
7월 개봉 예정인 영화 <서프라이즈>(감독 김진성)는 15년 만에 귀국한 주인공이 약혼녀 대신 마중나온 낯선 여자와 한나절 동안 온갖 해프닝을 겪다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번쯤 밝고 가벼운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어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많이 나와야 영화계가 발전하듯이 저도 다채로운 빛깔의 영화를 섭렵해야 비로소 성숙한 배우가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나이가 더 먹으면 신세대 취향의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내심 작용했지요." 신하균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주인공 정우 역을 맡아 <고양이를 부탁해>와<아프리카>의 이요원과 콤비를 이뤘다.
이동전화 CF에서 손바닥에 전화번호를 적어주는 `친구의 친구'를 빼앗던 김민희는 친구에게 약혼자를 맡기고 노심초사한다.
신하균은 <킬러들의 수다>와 <복수는 나의 것>에서 공동주연으로 격상됐지만 이번 영화처럼 중심 인물이 돼 거의 전편을 이끌어나가기는 처음. 스크린 안에서만이 아니라 스크린 밖에서도 주인공이자 선배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했다.
"평범한 역할이 오히려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적은 별로없었지만 많이 배웠지요. 요원씨와는 그룹 포지션의 뮤직비디오 「아이 러브 유」에서 한차례 호흡을 맞췄는데도 애틋한 사랑 감정이 금방 우러나오지 않더군요. 요원씨가 저보다 훨씬 낯간지러워해 함께 실소를 많이 터뜨렸습니다." 올해 초 각종 설문조사에서 신하균은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배우로 첫손에 꼽혔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묻지마 패밀리>와 <서프라이즈>를 끝낸 데이어 지난달 <지구를 지켜라> 촬영을 시작했으며 오는 10월 크랭크인할 <풍운비전검>의 주연으로도 낙점돼 있다.
한시도 쉴 틈 없이 너무 역량을 소진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원래 지닌 것 별로없어요. 기회 있을 때 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쌓아나가야지요"라며 트레이드 마크인 소탈하고 순박한 웃음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