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센과 치히로…> 배경, 다테모노엔
2002-06-25
일상의 골목을 환타지의 거리로

완벽한 판타지처럼 보이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그러나 현실에서 그 상상력의 단초를 많이 빌려왔다. <센과 치히로…>의 공간 배경도 그러하다. 악질할멈 유바바가 지배하는 온천장을 비롯,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건물들은 ‘다테모노엔’이라는 우리로 치면 남산 한옥마을쯤에 해당하는 공원 안에 있는 고건축들이 모델이 됐다.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다테모노엔은 미야자키가 평소에 즐겨찾는 곳이라고 한다.

<센과 치히로…>의 주요 배경이 되는 온천장의 외관도 이곳에 있는 ‘湯寶+玉(보 아래 부분에 옥자가 들어간 글자임)子’라는 옛 공중목욕탕을 닮았다. 일본에서는 과거 한때 이같은 목욕탕이 굉장히 성행했다고 한다. 그 안에 당시 어떻게 목욕물을 데웠는가를 설명하는 그림이 있는데, 이 그림은 <센과 치히로…>에서 가마할아범이 불때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 온천장을 중심으로 양쪽에 몇몇 건물이 작은 상가를 이루고 있다. 이 일대가 <센과 치히로…> 초반에 치히로가 헤매던 거리의 모티브가 됐다. 소화 초기에 지어진 이 건물들은 일본 전통 건축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이는 일본의 근대화 초기에 유입된 서양 건축 양식이 일본 전통 양식과 결합된 결과이다. 그 때문에 이 건물들은 국적과 시대가 모호해 보인다. <센과 치히로…>의 배경이 무국적으로 보이는 것도 이같은 ‘현실’을 모사했기 때문이다. 이 거리에서 미야자키가 가장 좋아한 곳은 거리 끝에 있는 삼성당이라는 옛 문방구. 이 문방구 안에는 한약방의 약장처럼 작은 서랍들이 벽 한면을 꽉 메우고 있는데, 가마할아범이 갖가지 약재를 꺼내던 그 서랍장은 이곳을 닮았다. 그리고 이 길 끝에 노란색 버스가 있다. 버스 안은 치히로가 가오나시와 함께 유바바의 언니를 찾아가던 바로 그 버스의 내부와 흡사하다. 이렇듯 미야자키에겐 일상이 상상력의 주요한 모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센과 치히로..> 배경, 다테모노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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