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근소한 차이로 <릴로 & 스티치> 앞서예상하지 못한 박빙의 승부였다. 올 들어 거대예산 여름영화가 충돌 개봉한 첫 번째 주말인 6월21∼23일 박스오피스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 크루즈의 SF누아르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3567만7천달러를 벌어 디즈니의 <릴로 & 스티치>를 41만7천달러의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흥행 1위와 2위가 워낙 접전을 벌인 탓에, 통상 금요일, 토요일 수익에 각 배급사의 일요일 수입 예상치를 보태 월요일치 일간지에 발표하는 박스오피스의 1위가 화요일에 집계된 공식 기록에 의해 바뀌는 혼란도 빚어졌다.일요일인 6월23일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배급사 폭스는 3일간 3690만달러 수입을 예측 발표했으나 디즈니를 비롯한 다른 스튜디오들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수입을 그보다 낮게 잡으며 <릴로 & 스티치>가 3580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을 것이라고 추측한 것.이같은 흥행 접전이 빚어진 것은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가 아니라 <릴로 & 스티치>가 예상을 초월하는 선전을 보였기 때문이다. 북미 3191개관에서 개봉해 3001개관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배급력으로 앞지른 <릴로 & 스티치>는 여름방학을 맞아 두터워진 어린이 관객을 흡수한데다가 1시간 반 남짓한 만화영화의 장점을 살려 블록버스터치고는 긴 2시간24분의 러닝타임을 지닌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비해 하루 2, 3회 더 상영할 수 있었다. 반면 디즈니는 어린이 입장권이 훨씬 싸기 때문에 <릴로 & 스티치>가 실제로 더 많은 수의 관객을 끌어들이고도 박스오피스 순위에서는 뒤처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로써 <릴로&스티치>는 <쿠스코? 쿠스코!> <아틀란티스>의 흥행 좌초와 애니메이터 감원 홍역을 앓은 디즈니 스튜디오에 전통 핸드드로잉 애니메이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돌려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지난해 <A.I.>와 <바닐라 스카이>로 각각 흥행면에서 의기소침한 한때를 보냈던 스필버그 감독과 톰 크루즈의 자존심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3568만달러에 육박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오프닝 주말 성적은 스필버그 영화로서는 <쥬라기 공원> 2편과 1편 다음이며, 톰 크루즈 영화로서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참고로 <바닐라 스카이>는 2500만달러, <A.I.>는 2940만달러의 첫 주말 수입을 기록한 바 있다.흥행 못지않게 관심을 모았던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비평적 평점에서도 스필버그는 평단으로부터 조지 루카스보다 한결 따뜻한 대접을 받았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가장 오락성 높고 강력한 스필버그 영화의 하나라고 썼으며 <타임>도 <레이더스> 이후 가장 예리하고 튼실한 스필버그 영화라는 호평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는 스필버그가 “블록버스터의 창시자로서 단순화 일로를 걷고 있는 여름영화의 주류에 맞서는 대위 선율을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폭스는 전통적으로 개봉 초 폭발력보다 뒷심이 강한 스필버그 영화의 지구력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중. 개봉 열흘 만에 1억달러 고지에 오른 <스쿠비 두>의 분발과 <마이너리티 리포트> <릴로 & 스티치>의 선전에 힘입어 할리우드는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흥행수입을 기록하며 예년과 달리 5월과 7월에 그리 꿀리지 않는 풍성한 6월을 구가하고 있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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