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터프함마저 섹시한걸! <마들렌>의 박정아
2002-07-03
글 : 황혜림
사진 : 정진환

“어, 섹시하면 안 되는데… 터프해야 돼요!” 옥상 휴식공간에 놓인 나무 테이블 위에 배를 깔고 엎드린 자세에서 고개를 들어 달라는 말에, 박정아의 기우(?)가 쏟아진다. <마들렌>에서 맡은 임무가 당찬 록밴드 보컬이니만큼 섹시한 버전은 안 어울린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소매 짧은 파란 티셔츠에 청바지, 연신 건강한 웃음소리를 풀어놓는 모습이, 초여름 녹음마냥 푸르다.

박정아는 박광춘 감독의 새 멜로영화 <마들렌>으로 영화에 첫발을 내딛는 연기 초년병. 연기보다는 지난해에 데뷔한 4인조 여성 댄스그룹 쥬얼리의 멤버로 먼저 얼굴을 알린 가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올드 팝 CD를 사다주셨는데, 영어를 전혀 모르면서 어설픈 발음으로 따라 불렀죠.

나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욕심이 났어요.” 일찌감치 음악을 꿈으로 삼은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가수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씨랑 같이 활동하기도 하고, 10년 정도 아마추어로 드럼 연주를 했던 아버지는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도 힘든 길”이라며 처음엔 말렸지만, 그 길밖에 없다는 외동딸의 고집에 결국 손을 들어주셨다.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고 쥬얼리로 활동을 시작한 지금은, “내 방송이 나오면 절대 딴 데 못 틀게 하는” 든든한 후원자다.

무엇보다 시원시원한 웃음이 낯익은 것은 안방극장에서 함께한 음악여행 덕분. 박정아는 SBS의 <쇼 일요천하>와 일본 의 <전파소년>이 공동 제작한 <라스트 스테이지>란 프로그램에서, 일본 가수 나루미 가즈유키 등과 ‘아시아 H’라는 그룹을 이뤄 아시아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지난 1월부터 10주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타이 등 5개국을 돌며 차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아르바이트와 거리 공연으로 여비를 마련해가며 친분을 다지고 함께 노래를 만드는 이 여정은 양국 방송을 통해 인기를 끌었다. 박광춘 감독이 박정아를 발견한 것도 여기에서다. 여행 내내 활기차고 털털한 인상으로 사랑받은 그에게서, <마들렌>의 성혜를 찾은 것.

<마들렌>은 매사에 진지한 소설가 지망생 지석과 헤어 디자이너가 꿈인 분방한 성격의 희진이 나누는 달콤쌉싸름한 연애담. 박정아가 맡은 성혜는 한달간 계약연애를 하는 두 사람 앞에 나타난 지석의 첫사랑이다. “털털하고 자유분방하면서 매력적인 인물이에요. 겉은 디지털 같지만 속은 아날로그 느낌.”

‘아시아 H’의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뒤 한달쯤 지났을까. “머릿속이 하얗던” 그때, <마들렌>의 시나리오를 받아든 박정아는 성격도, 무엇보다 록밴드 보컬로 음악을 한다는 것도 비슷한 성혜가 맘에 들었다. 처음 각본을 받았을 땐 “너무 생소해서” 막막했지만, 조인성과 신민아 두 주연배우와 함께 1주일에 1번씩 리딩 연습을 하고, 호흡을 맞추면서 조금씩 연기의 감을 익히는 중이라고. 극중에서 직접 연주하기 위해 기타를 독학하고, 머리도 곧 레게 스타일로 바꿀 계획이다.

그동안 쥬얼리의 2집 녹음을 마치고, 7월이면 음반이 나올 예정. 9월경에는 일본에서 아시아 H의 싱글 음반도 발매된다. “1집이 귀엽고, 대중적인 음악이었다면 2집은 좀더 성숙한 느낌의 리듬앤블루스가 많아요.” 음반도, 영화도 한번 만들면 몇년 동안 남는 거라 부담된다면서도, 가수도 연기도 잠깐 하고 말 것 아니라며 성실한 투지를 다지는 박정아. 최근에 크랭크인한 <마들렌>에 8월부터 합류할 그의 연기 신고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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