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의 드라마가 하루에 모두 이루어진다는 설정은 제작과정에 특별한 어려움을 불러들인다. <서프라이즈>에서 주인공 하영은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미령의 남자친구 정우를 찾아 저녁 7시까지 붙잡고 있어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인천공항 주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에피소드들, 그러니까 하영이 정우의 옷에 일부러 커피를 쏟아 공항 내 세탁소에 맡기는 장면이랄지, 하영의 태클을 피해 공항 리무진을 타고 냅다 도망간 남자를 뒤쫓아가느라 경찰차를 동원하는 장면이랄지, 서울에 데려다준다고 해놓고서 용유도 갯벌로 가서 남자를 폐선 안에 가두어두는 장면은 모두 오전 햇살 아래 찍혀야 한다. 이 장면들은 날씨와 조도가 마치 하루인 양 딱 맞게 조율된 시간에만 찍을 수 있다. 그러니 용유도에 봄이 다가와 진달래가 피고 봄 가뭄에 갯벌이 말라붙었을 때, 스탭들은 진달래를 죄다 뽑고 촉촉한 갯벌을 퍼나를 수밖에.
99%의 장면이 오픈 세트나 로케이션이라면 촬영장소의 제약도 심하게 받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공항의 소음과 인파 아니었을까. 분위기잡을 만하면 붕 나는 비행기, 횡단보도의 신호기가 따르릉거리는 소리, 막을 길 없는 버스와 자동차, 사인받겠다고 덤벼들었을 인파! 그런 공간에서 레일없이 움직이는 카메라 앵글을 구사하고, 화면 안에 배치할 300여명의 엑스트라에게 동선 잡아주기!!
남자 주인공이 머무르는 호텔은 고급스럽고 모던한 것으로 설정되었다. 그런데 로비와 커피숍, 방, 복도 등 구석구석을 이 잡듯이 노출하게 될 영화를 위해 선뜻 촬영허가를 내줄 호텔이 흔했으랴. 손님이 가장 적은 설날 연휴에 와서 찍으라는 말만으로도 감지덕지했을 것이다.
관객이 풍요로운 로케이션을 경험하도록 만들기 위해 <서프라이즈> 제작진이 장장 120일에 걸쳐 영화를 찍게 된 내력은 이러했다. ▶ [Review] 서프라이즈
▶ <서프라이즈> 촬영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