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4초에 10만달러 버는 쥐랍니다, 스튜어트 리틀
2002-08-07
글 : 백은하 ( <매거진t> 편집장)

리틀 하이! 리틀 호! 여러분들 제가 돌아왔어요! 설마 이 귀여운 얼굴을 잊진 않으셨겠죠. 리틀가의 차남 스튜어트예요. 많이 큰 것 같다구요? 그럼요. 처음 여러분을 만났을 때, 그러니까 3년 전만 해도 고작 9cm에 0.35kg밖에 안 나가는 어린 새앙쥐였으니까요. 이젠 제법 어른티가 나죠? 비록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축구공과 함께 날아가는 신세이긴 하지만 엄연한 축구선수구요. 운전면허도 있다구요.

제 빨간 컨버터블 스포츠카 보셨어요?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스튜어트집안에 입양되기 전, 그러니까 제가 처음 나타난 건 1920년대, 당시 유명한 에세이스트였던 진짜 아빠 E.B. 화이트의 꿈속이었대요. 아빠는 꿈에서 나온 내 모습을 기억했다가 몇개의 에피소드를 써서 서랍 안에 놔두었고 결국 나는 서랍 속에서 20년 동안 자야 했죠. 하지만 1945년 아빠는 그때 에피소드들에 살을 붙여서 첫 번째 동화 <스튜어트 리틀>을 내놓게 되었고 저 역시 그때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거라구요. 아! 너무 끔찍한 일이지 않아요? 하마터면 이렇게 잘생긴 얼굴을 영영 못 만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

하지만 저, 고백할 게 있어요. 나, 출생의 비밀이 있다구요. 아빠가 쓴 책에서 나는 인간이 낳았지만 너무 작고 쥐처럼 생긴 아기였대요. 하지만 할리우드 아저씨들은 쥐를 닮은 사람이란 게 조금은 부담스러웠나봐요. 결국 영화에서는 고아원에서 인간가족한테 입양된 ‘행운만빵’의 쥐가 되었으니까요. 대신 이 아저씨들은 나에게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줬어요. 가스 윌리엄스 아저씨가 그려준 대로 납작하게 책 커버에 덮여져 있다가 이따금 아이들 침대 옆에서 펼쳐지는 건 너무 답답했다구요. 제 이 희고 고운 털의 비결요? 엘라스틴… 아, 아니라 <스타워즈> 친구들을 세상에 내놓았던 존 딕스트라 아저씨와 이미지웍스 아저씨들 덕분이었죠. 머리를 덮는 데만 50만개 이상의 털을 그려줬고 사람들의 얼굴 근육을 복제해서 내 눈썹과 미소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줬어요. 그리고 이번에도 뮬란 누나를 만든 토비 밴크로프트 등 150명 정도 되는 아저씨들이 참여해서 음… 뭐라더라. 네오 하이퍼 리얼리즘, 뭐 그렇게 불리는 놀라운 작업을 끝내게 되었죠.

기자 누나! 올해 베스트 드레서상에 제 이름 꼭 올리라고 전해주세요. 그 감촉좋은 캐시미어 니트 봤어요? 파랑색 후드점퍼는? 그 죽이는 청바지는 어땠어요? 모델들 고충을 알겠더라구요. 14벌 정도 옷을 갈아입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던걸요. 4.5인치 의상을 만들기 위해 모나 메이 아줌마가 공을 들였고 니트의 코 수까지 정확하게 계산해서 구김이나 질감을 살려주었죠.

하지만 스포츠카가 있으면 뭐해요. 예쁜 옷이 많으면 뭐해요. 조지 형은 학교 끝나면 자기 친구들하고만 놀고. 헉! 난 외로웠어요. 그러다가 하늘로부터 ‘퐁’ 하고 천사가 떨어졌어요. 노랗고 예쁜 카나리아 마갈로는 나에게 “인생은 모험”임을 가르쳐주었죠. 그리고… 사랑도요.(아, 부끄럽다) 조류 여자친구를 만난 덕에 이번엔 뉴욕의 마천루 상공을 비행하고 센트럴파크 이곳저곳을 누비며 신나는 모험을 했어요. 그런 면에서 집에만 갇혀 있다가 보트타는 게 전부였던 첫 번째 이야기에 비해 두 번째 이야기는 화이트 아빠가 나를 만들었던, 그러니까 가족을 떠나 작은 배에 몸을 싣고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며 모험하는 용감한 쥐 소년의 이야기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거죠.

참! 이건 비밀인데, 사실 난 동시녹음도 안 해요. 지나 데이비스 엄마나 형인 조너선 립니키 같은 사람들과 달리, 고양이 스노우벨도, 여자친구 마갈로도 표정연기만 하면 되거든요. 목소리는 마이클 J. 폭스, 그 친구가 얼마나 알아서 잘해준다구요. 모르셨어요? 저 비싼 배우잖아요. 네? 톰 크루즈가 얼마 받는다구요? 헹! 전 4초에 10만달러 받아요. 그 친구한테 가서 전해주세요. 당신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그리고 그 친구 애인들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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