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강호에 적잖은 풍문을 뿌리며 감숙성의 돈황, 사천성의 구채골 등지를 떠돌던 ‘영웅’이 드디어 그 ‘본색’을 드러냈다. 든든한 몇 자루의 ‘보검’을 지니고 말이다.지난 8월2일 오후 3시, 홍콩의 회의전람센터에서는 장이모의 첫 번째 무협영화 <영웅>의 대규모 기자 발표회가 있었다. 지난해 7월 크랭크인한 이후 공식적으로는 첫 기자회견인 셈인데, 이날 회견장은 1년여를 기다려온 중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화어(華語)권 국가의 기자들로 혼잡을 이뤘다. 제작사쪽에서는 영화의 시대배경에 맞추어 회견장 내부를 신비스럽고 장엄한 진나라 양식으로 연출했다.3천만달러 이상이 투여된 이 작품을 일컬어 중국 현지에서는 ‘신세기 첫 번째 중국형 블록버스터’(新世紀中國電影第一巨制)라 칭하고 있다. 중국영화계 일각에서는 양조위, 장만옥, 장쯔이, 이연걸을 앞세운 초호화 캐스팅을 두고 적잖은 비판을 하고 있다. 금상장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인 오사원(吳思遠) 감독은 <영웅>의 스타군단 기용에 대해 “장이모는 아무래도 무협영화에 자신감이 없는 듯하다. 무협영화에 정통하지 못한 그를 그가 기용한 스타들이 안심시키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장이모는 “문제는 자신감이 아니다. 이 영화는 해외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세계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을 기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이런 배우들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좋은 영화는 부담없는 제작여건이나 중국인이 제작하는 영화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관중도) 좋아할 수 있다” 고 밝혔다.덧붙여 그는 “나는 리안의 <와호장룡>을 좋아한다. 객관적으로 말해 그 영화는 중국영화의 해외시장 진출을 개척한 영화다. 이러한 분위기를 빌려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사실을 부인하진 않겠다. 화려한 캐스트와 스탭으로 인해 촬영 초기부터 큰 주목을 받았는데, 투자자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라도 반드시 성공하겠다. 오스카를 거머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단언할 순 없는 거 아닌가? <와호장룡>이 이미 기적을 일으켰기 때문에 같은 역사는 반복되기 힘들겠지만, 기적이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지나친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렇듯 중국영화의 ‘영웅’ 장이모는 세계영화의 ‘영웅’이 되기 위한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영웅>의 중국 내 배급을 맡은 한 관계자는 시나리오와 편집용 프린트를 놓고 봤을 때 <영웅>은 일반 무협 장르영화와 두 가지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영웅>은 협객의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역사의 발전과 국가의 운명을 생각하는 의로운 협객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또한 <영웅>의 스타일은 순수한 유미주의를 표방한다. 무협영화의 원칙에 부합하면서도 화면은 미적 생동감이 충만하고 무술연출은 강렬한 형상미와 동태미를 갖추고 있다”고 치켜세우고 있다. 미국에서 비밀리에 기술시사를 마치고 후반작업에 돌입한 <영웅>은 미 현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진위 여부는 영화가 일반 공개되는 시점인 연말이나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다.이날 회견장에는 <풍운>으로 유명한 홍콩의 만화작가 마영성도 함께 자리했다. 홍콩 최고의 만화작가 또한 장이모의 꿈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민 것이다. 마영성은 현재 영화 <영웅>을 원작으로 하는 만화 <영웅>을 집필중이다. 이로써 세계영화의 ‘영웅’을 꿈꾸는 장이모의 손에는 또 하나의 묵직한 칼자루가 주어진 셈이다.베이징=이홍대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