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천진한 열정,<워터 보이즈>의 쓰마부키 사토시
2002-08-21
글 : 김현정 (객원기자)

헉, 헉, 헉… 스포츠는 고독한 승부. 자신의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물 속에서 홀로 물살을 가르는 수영은 그중에서도 더욱 외로운 경기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수영선수가 사토시만큼 고독할까. 커다랗게 마지막 숨을 내쉬며 풀장 벽을 터치한 순간, 사토시의 눈앞에는 이미 경기를 끝내고 물기까지 털어낸 다른 선수들의 비웃음만이 햇살처럼 내리꽂힌다. 이 부끄러운 첫 장면으로 시작을 여는 <워터 보이즈>는 잘하는 것이라곤 없는데 수영마저 서툴기 짝이 없는 아이들의 수중발레 탐험기. 쓰마부키 사토시는 그중에서도 고집스럽게 수중발레 팀을 이끄는 소심한 소년 스즈키를 연기해 앳된 아이돌에서 쓴맛을 아는 연기자로 업그레이드했다. 171cm, 55kg의 빈약한 몸집만으로는 영화 속 스즈키처럼 위축될 법도 하지만, 쓰마부키는 노력하지 않아도 행운의 물결을 타는 경쾌한 몇년을 꾸려왔다.

쓰마부키는 얼떨결에 수중발레 공연을 장담하는 스즈키가 그렇듯아무 생각없이 연예계의 물살에 휘말렸다. 고등학생이던 96년, 게임센터에 있는 오디션 머신을 보고 응모했다가 300만명을 제치고 그랑프리를 수상한 것이다. 그 오디션은 매니지먼트 폴리프로가 아뮤즈엔터테인먼트, 니혼TV와 공동으로 주최한 ‘제1회 스타오디션’. 그뒤 잡지 <스트리트 뉴스>의 모델, 드라마 <멋진 나날들> <가바치타래!>, 영화 <토미에 리버스> 등을 거치며 고향 후쿠오카의 잔잔한 흔적을 말끔히 벗어낸 미소년 스타로 각인됐다. 천진하게 웃는 모습 때문에 사랑받았던 쓰마부키가 연기에 몰두하게 된 계기 역시 스즈키와 비슷하게 다소 어처구니가 없다. “배우가 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연기를 해보니까, 생각처럼 안 되는 것이 너무 분했다. 그래서 마음을 불태우기 시작했다”는 솔직한 대답이 <워터 보이즈>의 주연배우가 내놓은 깜찍한 대답. 그래도 “한달 동안 수중발레 훈련을 위해 합숙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내가 지금 연기를 하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는 고생담을 보탤 만큼 <워터 보이즈>는 호된 영화이기도 했다.

지금 쓰마부키는 두손을 활짝 펴고 풀장 가장자리에 선 우승자 같다. 2002년 일본잡지협회가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연예인에게 주는 ‘골든애로우’상과 일본 TV프로듀서협회가 선정하는 ‘에란도르’상 신인상을 탔다. 올해는 <오디션>의 미이케 다카시가 연출한 2시간짜리 TV 특집극 <사부>에서 에도 시대의 진실한 젊은이를 연기해 시대극까지 영역을 넓혔다는 호평을 받았다. 친형 신야와 함께 활동하는 밴드 Basking Lite는 이제 막 불붙기 시작한 연기가 힘들어질 때 마음을 감싸주는 휴식처. 스물두살, 근심없이 보이는 이 소년에게 더이상 필요한 것이 있을까. 화려한 곳이 싫어서 클럽보단 조용한 술집이 좋다는 그는 <피크닉>의 아사노 다다노부를 가장 존경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싶어한다. 돌고래와 물고기와 조개의 타고난 움직임을 보고 수중발레를 연습하는 스즈키와 또 하나 닮은 점이 아닐 수 없다. 욕심없이 씩씩한 쓰마부키. 그런 그도 TV에 수중발레 선수들이 나오는 순간만큼은 불현듯 치밀어오르는 경쟁심을 느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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