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둘 하나 섹스> 감독 이지상 인터뷰
2002-08-24

'촬영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습니다. 며칠 만에 간판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영화를 만드는라 함께 애쓴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비로소 얼굴을 들게 됐네요.' 9월 19일 개봉 예정인 영화 「둘 하나 섹스」(제작 인디스토리)의 이지상(46) 감독은 마침내 큰 짐을 내려놓은 듯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9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이 영화는 이탈리아 페사로영화제와 스웨덴 괴테보르영화제에 초청받았으나 99년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두 차례나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다가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의 등급보류 위헌결정을 이끌어냈다.'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등급보류 취소판결을 받아내 일반 상영의 길이 열렸지만 영화등급 논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와 개봉을 미뤘지요. 당장 마케팅 비용도 없었고요.' 이감독은 지난 6월이 돼서야 「둘 하나 섹스」의 필름을 다시 편집기에 걸어놓고 두 달간 재편집과 재녹음에 매달렸다. 이 과정에서 83분의 러닝타임은 74분으로 줄어들었다. 영상물등급위가 문제삼았던 성기노출 장면은 잘려나갔다.'만들 때는 몰랐는데 2∼3년 지난 뒤에 보니 강제와 작위가 너무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배경음악과 음향에도 문제가 많더군요. 심의를 의식해서 자른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에는 등급 논란을 빚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김중기와 서정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둘 하나 섹스」는 섹스에 집착하다가 총탄을 맞고 숨지는 남녀의 이야기. 대사도 거의 없고 줄거리도 이어지지 않는 실험성 짙은 영화다.'평소 존경하던 김수영의 시 세계를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원래 제목도 「김수영-섹스」였지요. 그분의 시를 보면 죽음의 이미지가 그려집니다. 고대에는 천국에 대한 믿음이 있어 순교가 가능했지요. 그런 믿음과 희망이 없는 20세기(영화가 늦게 개봉돼 21세기를 맞았지만)에는 어떤 순교가 가능할까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 것입니다. 80년대 질풍노도의 시대를 지나면서 소설과 시는 끊임없이 절망하는데 영화는 왜 절망하지 않느냐는 항변도 함께 담았습니다.'93년 단편영화 「로자를 위하여」로 데뷔한 이감독은 첫 장편 「둘 하나 섹스」에 이어 99년 「돈오」를 내놓았지만 「돈오」 역시 등급보류를 받아 일반 상영이 봉쇄됐다. 그뒤 만든 디지털 장편 「그녀 이야기」(2000년)와 「고마워!」(2002년)도 아직 관객과 만날 기회를 갖지 못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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