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와 차승원이 <광복절특사>에서 만났다. 연극배우 출신의 설경구와 패션모델 경력의 차승원, 왠지 서로 잘 어울리지는 않는 느낌의 두 배우는 같은 영화에 출연하는 송윤아의 말대로 하면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촬영장 분위기를 좋게 이끌어 간다는 것. 다른 하나는 욕을 정말 잘한다는 것. 욕 잘하면서 배려도 잘하는 특징을 공통적으로 가진 이 두 배우와의 인터뷰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광복절특사>에서 설경구가 맡은 역은 철없는 애인 경순(송윤아)을 위해 탈옥을 마다않는 양아치 재필. 차승원은 ‘그냥 나와야 하니까’ 감옥을 탈출하는 대책 없고 무식한 성격의 무석으로 출연한다. 재필과 무석은 같은 방을 쓰는 동료 죄수로 2박3일의 짧은 기간 동안 탈옥과 역탈옥을 반복하는 해프닝을 벌인다.
<오아시스>를 마치고 곧바로 <광복절특사>에 합류한 설경구의 모습에는 <오아시스>의 종두의 모습은 없었다.
“연기 변신이요? 저는 살로 합니다. 시나리오를 보면 몸무게 견적을 먼저 뽑죠.”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라며 농담을 하는 설경구는 새로운 배역에 몰입을 잘하기로 유명한 배우다. ‘가볍지 않은 러브스토리’ <오아시스> 출연 이후 경쾌한 코미디 <광복절특사>에 얼굴을 내비치는 것이 조금은 의외일 수 있겠지만 정작 본인은 코미디 연기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다. “코미디 영화를 하는 것은 맞지만 코믹한 역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코미디 영화의 연기지만 더 절실하고 급박해요. 신마다 벅차고 부담스럽습니다.”설경구는 <오아시스>의 이창동 감독을 ‘변태’라고 표현하며 촬영기간 중 힘들었던 점을 털어놓은 적 있다. 김상진 감독은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맺고 끊는 것이 명확하고 유쾌한 감독’이라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은요, 안 맺고 안 끊죠, 둘이 너무 다른 스타일이에요.”
<신라의 달밤> 이후 연이어 김상진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차승원은 김 감독을 ‘악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김상진 감독 영화에는 악한 사람이 없어요. 악역이지만 악하지만은 않고 어루만져 주고 싶은 인물들이죠.”
차승원은 <신라의 달밤>과 <라이터를 켜라>에서 <광복절특사>까지 단순무식하고 그다지 착해 보이지 않는 비교적 비슷한 인물을 연기했다. 그는 ‘보여주는 모습이 비슷하다’는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하지만 차승원을 버릴 생각은 없다’며 “착한 캐릭터든 못된 캐릭터든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정말로 하고 싶은 영화는 멜로영화. 코미디는 그만 하고 싶다는 것이 자신의 희망이다. 카리스마가 죽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하지만 아쉽게도 차승원의 다음 영화도 코미디다. 차기작을 묻는 질문에 성의없어 보이면서도 내용이 있는 그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어제 막 (통장에) 돈 들어왔는데요, <선생 김봉두> 라고. 사실 코미디예요. 안 좋은 선생이 좋은 선생 되는 그런 따뜻한 영화죠.”
(전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