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신라의 달밤> <공공의 적> <아프리카> <라이터를 켜라>, 그리고 곧 개봉할 <가문의 영광>과 까지. 영화 데뷔 2년이 채 안돼 벌써 여덟번째 영화 <휘파람 공주>에 출연 중인 성지루(34)는 소위 ‘잘 나가는 조연배우’다.
<눈물>의 단란주점 사장, <신라의 달밤>의 포장마차 주인, <아프리카>의 권총 뺏기는 경찰, <공공의 적>의 마약상, <라이터를 켜라>의 천안 깡패 등으로 성지루는 짧지만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줬다.<휘파람 공주>에서 그는 지금까지의 영화 이력 중 가장 비중이 큰 역할을 맡았다. 성지루는 지성, 김현수, 박상민과 함께 중심인물 4인방 중 당당히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성지루가 연기하는 북한 비밀공작원 상철은 남한의 국가정보원 경호팀장 석진(박상민)과 함께 티격태격하면서도 진한 우정을 나누는 인물. 둘의 콤비 연기는 지은(김현수)과 준호(지성)의 러브스토리와 함께 영화를 이끌어 간다. <신라의 달밤> <공공의 적> <라이타를 켜라> 등 그가 출연한 영화는 대부분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을 거뒀다. 성지루는 '소위' 흥행영화에 개성있는 캐릭터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배역은 어떤 것인지 묻자 그는 상당히 곤란해 하며 대답했다. ‘솔직히 없어요. 짧은 기간 출연한 영화는 많지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없네요.’ 역의 경중을 떠나 그가 지금까지 영화에서 연기했던 역할이 캐릭터의 완성 없이 단편적 웃음을 주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만족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고 싶은 영화요? 캐릭터가 중심이 됐으면 좋겠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감동도 있고, 휴머니티도 들어 있고…’ 사실 그는 지난 2000년 <눈물>로 영화에 데뷔하기 전 연극계에 있을 때는 극단 목화의 간판배우였다. 87년부터 시작한 연기생활이 벌써 15년째를 맞고 있으며 직접 연출한 작품도 있다. 연극계에서 인정받고 있던 그가 영화에 출연한 것은 객석에서 그를 유심히 지켜보던 임상수 감독의 눈에 띄었기 때문. 고향인 연극무대에 다시 서고 싶은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이 돌아왔다.
‘꼭 돌아갑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한 영화니 썩은 무라도 베어야 하지 않겠어요?’ 오랜 경력만큼 연기관도 뚜렷한 그가 연기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절제와 조화’.
‘배우가 관객들에게 다 보여줘서는 안됩니다. 관객이 적극적으로 연기를 보게끔 해야죠. 배우들도 서로 튀려고만 하면 안돼요. 좋은 배우는 서브를 잘해주는 배우예요.’ 그는 연기관을 얘기하면서 한 번밖에 본 적 없다는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의 양동근의 연기를 칭찬했다. 튀지 않고 드라마에 잘 녹아 있으면서 시청자들에게는 한 걸음 TV 곁으로 다가와 앉을 수 있을 만큼 절제된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아빠 닮은 아이들이 귀여울 것 같아 애들에 대해서 묻자 그를 닮은 두 아들에 대한 설명이 시작됐다. ‘네 살, 두 살짜리 둘이 있는데 둘 다 새끼 손가락이 약간 휘었어요. 저희 집안 내력이거든요. 처음에 그걸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언뜻 보면 짧은 다리에 두꺼운 목, 통통한 얼굴까지 코믹해 보이기도 하고 인상쓴 얼굴을 보면 냉정하고 잔인한 악인의 모습도 비치지만 그가 가진 매력은 온 몸에서 풍겨오는 따뜻함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