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작은제비`라는 별명처럼 천진하게 <버추얼 웨폰>의 조미
2002-09-18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사진 : 정진환
액션에도 관능미가 있다

조미는 30분에 불과한 인터뷰 도중에도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했다. 잠깐 시간이 빈 사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려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가 하면, 자리로 끌려온 뒤에도 옆에 앉은 서기의 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언니 같은 막문위와 소곤소곤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소림축구>에 이어 <버추얼 웨폰>으로 몇달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조미. 몸매가 확연하게 드러나도록 옷을 입은 동료들과 달리, 통넓은 바지와 셔츠 차림으로 편하게 주저앉아 떠드는 그녀는 직접 총을 들고 싶다며 언니를 조르는 <버추얼 웨폰>의 아군과 참 많이 닮아 보였다. 배우의 신체리듬을 파악해 그에 맞는 액션을 부여했다는 원규 감독이 조미를 가장 잘 설명해주지 않을까. “서기는 다리가 유연해 발차기를 많이 시켰고, 막문위는 자유자재로 움직임이 나와 강렬한 액션을 만들었다. 조미는… 거침없이 뛰어드는 성격이니까, 그냥 막….”

드라마 <황제의 딸>로 인기를 얻었고, 대만의 베스트셀러 작가 경요가 쓴 드라마에 많이 출연했던 경력 때문에 짐작하게 되는 것과 달리, 조미는 베이징전영학교에서 연기수업을 받은 정석의 코스를 거쳤다. 학교 추천을 받아 공리의 <화혼>에 작은 역으로 출연한 것이 처음 해본 연기경험. 부모가 시키는 대로 사범학교에 진학했다가 견디지 못해 뛰쳐나온 조미는 이 무렵부터 혼자 사는 법을 익혀야 했다. “나는 스무살이었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베이징에서 혼자 살았다. 항상 나이보다 성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생각해보니, 그럴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기 시작했고, 잃어버린 열여덟, 스무살 시절을 되찾았다.” 장위엔의 <동궁서궁>에 단 세컷 출연한 뒤 드라마 <황제의 딸>의 생기발랄한 제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깨달음 때문이었다. 사고뭉치에다 제멋대로지만 마음씨 착하고 의협심 강한 제비는, 스물일곱살에도 여전히 눈이 맑은 조미와 비슷한 캐릭터. 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천진하게 제비가 된 조미는 ‘작은 제비’라는 별명을 얻으며 대만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버추얼 웨폰>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섹시하거나 노출이 심한 옷은 입지 않는다”는 조미가 관능에 가까운 액션을 선보이는 영화다. 킬러에게 부모를 잃은 자매가 킬러로 성장하게 되는 이 영화는 연기에 들어가기 전 한달간의 훈련을 요구했다. 가끔은 포기하고 싶었지만 원규 감독의 채찍질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영화. 그렇게 힘든 영화였던 탓인지 피곤한 듯 소파에 늘어져 있던 조미가 갑자기 반짝, 눈동자를 빛낸 것은 스스로 기자를 향해 질문을 던질 때였다. “<버추얼 웨폰> 봤어요? 재미있었어요? 어떤 영화인지 설명해볼래요?” 웃으면서 넘겨버리고 싶어도, 뚫어지게 쳐다보는 눈이 너무 진지하다. 조미는 얼마 전 장위엔과 다시 만나, “이번엔 많이 나오는” 영화 <그린티>를 찍었다. “집은 베이징에 있지만 비행기가 집처럼 느껴질 정도로” 세 중국을 오가며 바쁘게 지내고 있는 조미. 다른 배우들과 달리 본토에 집이 있지만 “어디에 살든, 편안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고 주장하며, 홍콩에서의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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