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지구를 지켜라> 촬영현장
2002-10-02
글 : 문석
사진 : 정진환

지구를 지켜라! 거창한 외침이 들려온다. 한데 이게 웬일. 정작 지구 수호의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는 주인공 병구 역의 신하균은 양봉할 때 쓰는 모자를 쓴 채 꿀병을 허공에 휘두르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꿀이 외계인의 침략을 막는 비밀병기인가 하면, 이것도 완전히 헛다리 짚는 얘기다.

강원도 영월군 함백산 웃자락에 차려진 <지구를 지켜라!>의 촬영장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답게 늦여름 햇살만으론 시린 팔뚝을 가리기 어려운 곳이다. <지구를 지켜라!>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쳐들어온다고 믿고 있는 병구가 외계인으로 의심되는 강 사장(백윤식)을 납치한 뒤 벌이는 소동을 담는 블랙코미디. 영화의 주배경인 이곳에는 1억2천만원을 들였다는 병구네 집 세트가 지어져 있었고, 벌통 50여개도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이날 촬영분은 강 사장의 실종사건을 추적하는 추 형사(이재용)가 병구를 의심하면서 대결을 펼치는 내용.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한 추 형사를 제거해야 하는 병구가 선택한 무기는 바로 꿀이다. 병구가 뿌린 꿀을 얼굴에 뒤집어쓴 추 형사는 벌떼들의 습격에 놀라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단편영화 을 통해 자신을 존 레넌이라고 착각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 장준환 감독은 장편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에서도 비슷한 망상을 가진 사내를 보여주려는 듯하다. 황당한 상상력은 전작과 닮은꼴이지만,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수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60% 이상 촬영한 이 영화는 10월 하순 크랭크업해 컴퓨터그래픽 등 후반작업을 거쳐 2003년 초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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