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진의 얼굴은 낯설지 않다. 드라마 탤런트로, 또 연예프로그램 MC로 일주일에 며칠은 고정적으로 텔레비전에 나왔던 소유진이, 아무리 첫 영화라고는 해도 <2424>를 찍으며 “너무 많이 떨렸다”는 것은 그래선지 의외였다. 그것도 “내가 떠는 게 스크린에 나타날까 걱정”될 만큼 떨었다니. 하지만, 곧 따라오는 설명이 이해를 돕는다. “저, 드라마 처음 할 때는 전혀 안 떨었고, 오히려 당돌했거든요. 백지상태여서 그랬던 거 같아요. 잘하면 좋고, 못해도 뭐…. 그랬죠. 근데 이번엔 벌써 해놓은 게 있어서 그런지 너무 달랐어요.”
발랄, 상큼, 깜찍. 소유진 하면 으레 떠올려지는 이미지는 거짓이 아니다. 그녀에겐 정말 발랄하고 상큼하고 깜찍한 면이 있다. “2년 만에 뭔가 그렇게 뚜렷한 이미지를 갖게 된 건 좋은 일이죠.” 스스로도 그것에 만족한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전부는 아니다. 무명 시절 소유진은 긴 머리를 늘어뜨린, 별로 발랄하지 않고 오히려 청순가련한 여자의 이미지를 내세웠다. 숱한 오디션에서 낙방하고 난 뒤, “차라리 망가져보자”고 마음먹은 게 통할 줄은 스스로도 몰랐다고. 오락 프로그램 <최고를 찾아라>가 그녀의 첫 무대였는데, 거기서 코브라를 먹는 등 엽기적인 모습을 보인 뒤, 그토록 기다리던 드라마 섭외가 들어왔다고 한다.
<2424>에서 소유진은 다이아몬드를 밀반출하려는 조직에 맞서는 여형사 ‘독고’를 연기했다. 독고 형사는 거칠고 엽기적인 조폭코미디 속에서 그중 차분한 캐릭터. 브라운관에서 튀는 캐릭터를 주로 했던 것과는 무척 다르다. 액션스쿨을 다니며 배운 액션도 선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순하다고나 할까. 캐릭터의 성격부터 영화라는 전혀 다른 시스템까지, <2424>는 소유진에게 여러모로 실험이었다. 그 실험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소유진은, “다음에는 주연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겨요. 로맨틱코미디를 하고 싶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모든 처음은 두려움을 안고 있지만, 소유진에게 첫 영화는 유독 그랬던 것 같다. 조금씩 그러나 몰라보게 그 두려움은 녹아 달아날 것이고, 스크린에서도 당돌하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소유진의 다음 작품 계획은 텔레비전도 영화도 아닌 라디오다. 10월21에 시작하는 SBS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소유진의 러브 앤드 뮤직>의 DJ를 할 예정. “좋아하는 음악도 많이 틀고 여유로움이 묻어나게 방송하고 싶어요. 제 이름이 붙어 있잖아요. 정말 ‘나의’ 방송으로 만들래요.” 포부를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