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요, 머리로 배우해요.” 오천련은 스스로를 별로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대신 머리가 좋다고 주장하는, 흔치 않은 여배우다. “머리 때문에 성공했다”고 그녀는 스스럼없이 말한다. 어렸을 때 그녀는 ‘나중에 커서 보고 실망할까봐’ 어머니가 사진을 찍어두지 않았을 만큼 배우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던 평범한 아이였다. “선원이나 비행사가 꿈이었죠. 연기를 하게 된 건 대학에 들어와서였어요.” 대만 예술대학 재학 시절 처음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한 그녀는 스물두살 때 <천장지구>로 영화배우 데뷔를 했다. 이후 <음식남녀> <야반가성> 등에 출연, 이제 서른셋 나이인 그녀에겐 언제부턴가 ‘지적인 배우’라는 호칭이 따라다닌다. “생각을 많이 하고 여러 방면의 지식을 흡수하는 것,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제 힘이에요.”
“타깃 거리 확보!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요즘 오천련은 이승수 감독의 영화 <비너스>에서 ‘엔젤’ 역을 연기하고 있다. 엔젤은 시나리오 작업에서부터 오천련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캐릭터였고, 오천련은 “남들을 많이 도와준다거나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엔젤의 성격이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정했다. 정보용 인공위성 ‘비너스’를 두고 외국 산업스파이들과 국내 정보요원들이 대치하는 액션영화 <비너스>에서 ‘엔젤’은 한국의 국가정보원쪽 역정보공작 지원팀장으로 팀원들의 신변을 보호하는 ‘수호천사’ 같은 캐릭터. 하랑이 맡고 있는 팀원 김세일을 그리워하나, 요코 구가가 분하는 컴퓨터해커 이영주에게 마음이 있는 하랑 때문에 그늘 속에 놓이는 인물이다. “정보요원 역을 맡기는 처음이에요. 액션이요? 아주 많죠. 저격하는 장면을 많이 보시게 될 거예요.” 그녀의 총솜씨는 가을이나 되어야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스튜디오에서
“상자를 조금 뒤로 밀어도 될까요.” “클로즈업을 찍을 때 또 한번 테스트촬영을 해주세요.” 오천련은 사진촬영 중 시종일관 꼼꼼하고 까다롭게 스스로를 체크했다. “원래 제 스타일이 그래요. 게다가 홍콩에서 함께하던 스탭들이 여기는 없잖아요. 그러니 제가 신경을 더 쓸 수 밖에요.”
재클린
“이름을 지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오천련의 영문이름 ‘재클린’을 작명한 건 한국팬들. 언젠가 플래카드에 팬들이 ‘재클린’이라는 이름을 써 놓은 걸 보고 그녀가 맘에 들어 제 이름으로 삼았다고 한다.
좋아하는 배우
맷 데이먼. “절대로 잘생긴 배우는 아니죠. 하지만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예요.”
악역
앞으로 하고 싶은 역. “재밌잖아요. 제가 원래 짓궂은 장난을 잘 치는 성격이거든요. 엔젤은 사실 저랑 성격차가 많은 캐릭터예요.”
즐거움
“매일매일 진보하는 것이 저는 항상 즐거워요. 할 수만 있다면 평생 배우를 하고 싶어요. 뭐랄까, 제 몸의 세포 중 연기를 좋아하는 세포가 어딘가 하나쯤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