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바람난 가족>에 출연하기로 했던 김혜수가 계약을 파기하고 KBS의 사극 <장희빈>에 출연하기로 한 것을 놓고 영화계와 방송사가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곽경택, 김상진, 김기덕, 김지운, 류승완, 봉준호, 박찬옥, 이정향, 장진, 허준호 감독 등 젊은 감독 40여 명이 주축이 된 모임 ‘디렉터스컷’은 25일 ‘KBS의 배우 빼가기의 부도덕함을 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디렉터스컷은 “원칙과 약속을 어기고 막대한 돈을 들여 인기연예인을 끌어들인 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재고해야 한다”며 “국민의 세금을 이용해 캐스팅 경쟁에서 비열하게 승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도높게 KBS를 비난했다.
이에 앞서 지난 24일 “촬영을 목전에 둔 주연배우에게 캐스팅을 제의한 KBS에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보냈던 <바람난 가족>의 제작사 명필름은 갑작스런 캐스팅 취소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영화의 제작진은 가장 우선적으로 김혜수의 비중에 맞먹는 여배우의 캐스팅작업을 다시 진행해야 하고 촬영장소와 소품까지 다시 대여계약을 해야 할 처지다. 촬영이 연기돼 일이 없어진 스태프들에게 추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김혜수 측은 “<장희빈>과 동시에 출연하면 일주일에 5일의 시간을 (영화사측에) 내주겠다고 했지만 명필름이 이를 거절했고 출연이 무산된 다음 이미 받은 출연료는 돌려주기로 약속했다”며 “꼭 하고싶은 배역이기때문에 힘들게 출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사 측에서는 최근 가뜩이나 힘들어진 캐스팅에 대한 부담을 무시할 수 없고 배우 입장에서도 한창 성장하고 있는 영화계에 등을 돌리기는 힘들 것이다. 명필름과 김혜수도 상대에 대해 서운함은 감추지 못하면서도 서로 비난의 말은 아끼는 분위기다. 결국 이번 캐스팅을 둘러싼 비난의 화살은 방송국에 돌아갈 것 같다. 이에 대해 KBS의 한 관계자는 “김혜수의 영화 출연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한 뒤 “‘장희빈’이라는 역할은 돈보다는 당대 최고 여배우라는 명예에 관련된 것이고 김혜수의 출연료도 일부 언론보도에 언급된 것보다 훨씬 적다”며 “‘배우 빼가기’라는 이들의 주장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