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플레이보이>는 내 바이블!˝ <몽정기> 배우 노형욱
2002-11-06
글 : 심지현 (객원기자)
사진 : 정진환

나의 파란만장한 몽정기가 드디어 막이 올랐다. 오디션장에서 감독님은 “몽정은 해봤냐”(아니, 감독님은 내가 남자인 것을 의심하는 것일까), “음란물은 언제 접해봤냐” 등을 물어오셨고, 나는 아주 상/세/히 답을 해드렸다. 만족하시는 눈치…인가 공개 오디션에서 150명을 물리치고 이미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재형이 형(극중 ‘석구’ 역)이 부럽다. 아니 저 녀석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오호라 재홍(극중 ‘영재’ 역)이군. <악어>로 나보다 먼저 스크린 데뷔를 한 녀석이라… 흠흠, 기죽지 말아야지(나보다 나이도 어린 녀석인데).

아, 그나저나 내가 맡게 될 ‘동현’은 도대체 어떤 놈이지 용천중학교 2학년, 별명 폭주기관차 정의롭고 로맨틱한 성격이라, 음 이건 나랑 비슷하군. 그리고 현재 몽정기 초기 상태라… 헐, 고등학교 2학년인 내가 중학생 연기를 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몽정기 초기를 다시 떠올려야 한다 이거지. 근데, 이거 배경이 80년대군. 헉, 80년대 중학생들은 참외와 컵라면을 요긴하게도 썼군. 큭큭 자타가 공인하는 ‘성(性) 박사’인 내게도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니. 근데 이상하다. 80년대 중학교를 다녔다는 스탭 형들도 이건 모르는 눈치인걸. 소품인 줄도 모르고 출출하다고 참외 깎아먹고, 컵라면 끓여먹고 했는데, 나중에 극중 용도를 알고 나선 다들 황당한 표정들이다. 오옷, 이런 반응을 종합해 보건대, 중학교 다닐 때 참외와 컵라면, 철봉을 애용한 사람은 울 감독님 혼자가 아니었을까(감독님, 혹시 변* 중학생 ^^;;).

7살 연상의 교생을 짝사랑하는 역할이라, 켁 꼭 내 짝지 녀석이잖아. 얼마 전 우리 학교(마포고등학교랍니다 ^^v)에 오신 일본어 교생 때문에 일어시간마다 자리를 바꿔 앉는 울 짝지가 떠오르는군. 난 이미 오래 전에 연상의 여인을 좋아한 적 있었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 가족이 등장하는 CF를 찍기 위해 촬영장에 갔다가 누나 역의 그녀를 보고 한눈에 반했던 게. 흑흑 하지만 어찌하랴, 이미 그 나이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있다는 걸 알아버린 걸. 하지만 교생을 좋아해 본 기억은 없는데. (훌쩍) 헤헤, 역시 <플레이보이>는 시대를 초월하는 성전이야. 영화 속에서도 등장하지만, 실제 내가 처음으로 접한 야한 사진의 출처가 바로 거기였거든. <육남매> 찍을 때 아는 형들이 들고 온 한 페이지 짜리 여체를 보며 얼마나 충격 먹었던가(물론 곧 익숙해졌지만 ㅋㅋ). 여름 두달을 꼬박 영화에 바치고 나니, 좀 허탈해지는군. 하지만, 우리 ‘중딩 4인방’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 진짜 가수보다 랩을 더 잘하던 변강쇠‘석구’, 무엇에나 병적 집착을 보이는 야생마‘상민’, 가장 어린 나이에 가장 많은 술자리 경험을 자랑하던 대물 ‘영재’가 있어 즐거운 현장이었지. 아, 갑자기 보고 싶네, 다들. ‘석구’ 형은 재수를 준비하느라 고시원에 들어갔다는데, 공부는 잘 되는 걸까. 스크린 첫 나들이라 긴장도 많이 했지만, 가끔씩 들르는 홈페이지에 올라온 평들이 왠지 대박을 예감시키는군(불끈, 아니지 으쓱). 에궁 근데, 엄마랑 아빠랑 개봉일에 나타나시면 왠지 쑥스러울 것 같아…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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