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옥은 차가움과 따뜻함을 동시에 품은 배우다. 동그랗고 귀여운 눈매는 세상 누구에게라도 살갑게 굴 것처럼 다정해 보이지만, 강단지고 야무진 그의 목소리와 말투에서는 가끔 서늘한 바람이 일곤 한다. 그러나 <질투는 나의 힘>과 한 철을 보낸 그녀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비단 어려지고 맑아진 얼굴 뿐이 아니다. “원래 나란 사람이 아무 생각없이, 계획없이 사는걸 싫어했거든요. 난 이래야 돼, 이렇게 살아야 돼,하는 스스로 제한도 많은 사람이었죠. 그런데 성연을 연기하고 나서는 좀 달라졌어요. 자유롭게 살고 싶어졌달까? 여유가 생겼달까?” 배종옥은 그런 변화의 은인으로 박찬옥 감독을 꼽았다. “박찬옥 감독이 하루는 ‘종옥씨 한 2, 3일만 세수 안하고 살아봐’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해봤죠, 음… 그렇게 사는 삶도 괜찮던데요.(웃음)” 하지만 삶의 태도의 변화가 리버럴하면서도 아이같은 성연을 위한 준비과정이었다면 그 위에 색깔을 칠하는 단계 역시 만만하지는 않았다. “성연은 아무 것도 해서는 안되는, 그 안에서 무언가를 해야하는 캐릭터였어요. 힘든 역할이죠. 사실 오랫동안 배우생활을 하면 인물을 자꾸 유형화하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박찬옥 감독은 다른 면들에 대해 자꾸 물어와요. 그 과정이 배역을 제대로 해석하고, 유형화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오는 부산에다, 처음으로 참가하는 영화제는 “레드 카펫 밟는 기분도 색달랐고, 축제 기분이 느껴지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영화에다 처음 관객과의 조우를 앞두고 떨릴 법도 한데, 이 만년 소녀같은 배우는 멋진 선물을 준비하고 서프라이즈 파티라도 기다리는 사람같다. “영화가 만족스럽고 자신있어어 그런지 떨리지는 않구요, 기대되고 신나고 재밌고 그런데요?” 그녀의 선물이 궁금하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티켓부스로 발을 옮기시길. 아니면 개봉 예정인 내년 봄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을 감수해야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