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News]
<6월의 뱀> - 정태성 프로듀서
2002-11-17

6월의 뱀 A Snake of June

한없이 강렬한 블루

200편이 넘는 상영작 중에서 한 편을 골라 쓰기는 선택의 폭이 넓어 쉬울 것 같지만 막상 고르려고 하니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미 본 영화 중에서 가장 강한 느낌을 받았던 작품을 한 편 골랐다. 그건 츠카모토 신야의 이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올 여름 베니스 영화제에서 였다. 마침 내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화장실 어디예요?>와 같은 경쟁 부문에 속 해 있어서 본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츠카모토 감독의 초기작인 <철남>에서 최근작 <제미니>까지 보아 오면서 남다른 그의 고유한 상상력과 독특함을 좋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보기 전에는 항상 ‘이번엔 어떤 스타일의 실험을 했을까’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묘한 매력을 지닌 여주인공 린코의 일상으로 시작해 스토리는 점점 긴장감 있게 진행이 된다. 사실 실험적이고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해 왔던 감독으로 생각해 왔던 것에 비해 이 번에는 미스테리구조에 충실한 드라마를 갖고 가나 싶었다. 하지면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그가 가진 파격과 스타일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흑백 화면에 푸른 색을 입혀 일반적인 컬러 영화를 보는 것보다 그 느낌이 더 강렬하고 분위기 또한 색달랐다. 아마도 독립영화를 하는 감독으로서 예산 문제로 흑백을 택한 이유도 있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흑백에 블루톤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80여분의 상영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영화가 주는 느낌은 너무나도 강렬했다. 여주인공의 연기 또한 영화의 완성도를 한 층 끌어 올리는데 그 기여가 지대했다. 영화가 끝난 후 수상 가능성이 많은 수작이라 느껴졌고 서울로 돌아온 몇 일 후 이 영화가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항상 신작을 들고 부산을 찾았던 츠카모토 감독이 올해는 촬영으로 인해 참석을 못 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 부산 영화제에 신작을 가지고 오기를 한 번 기대해 보자.

정태성/ 프로듀서 <화장실 어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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