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이 어떻게 바뀌어도 변은정은 제목 그대로다. ‘아름다운 청춘’이고, ‘스물넷’이다. 자신의 스물넷은 어떻다고 생각해요? 희망,
설렘이에요.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명쾌한 명사가 날아왔다. 그런 그녀에게선 롤리타 렘피카 향수보다 화사한, 스물넷의 향기가 풍긴다. 시작은, 권유였다. 언니(모델 변정수씨)한테 돈타 쓰던 22살 어느 날, 나한테 돈 그만 타 쓰고 니가 벌어 써라,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그렇게 뛰어든 CF계. 모토롤라에서 라네즈 향수, 미장센까지 CF계를 돌아 스크린까지 걸어왔다.
질문을 던지면, 대뜸 하하하 웃었다. 왜 <스물넷>을 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대뜸 하하하. “우연이었죠. 하지만 제안을 받고는 지금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생각했어요.” <스물넷>은 소집해제를 한달 앞둔 공익근무요원이자 스물네살인 청년 준이(김현성)가 우연히 다시 만난 옛사랑 은지와 은지의 동생 현지(김민선)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이야기. 준이를 다시 만나면서 순수했던 시절의 자신을 되살리는 방송 리포터 은지 역을 변은정이 맡은 것도 우연이었다. 원래는 발랄한 현지 역이었는데 임종재 감독이 “사람들 앞에서 밝은 모습만 보이는데 은정씨에게도 정적이고 조용한 모습이 있으니 그걸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 했고, 받아들였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했던 <스물넷> 촬영은 올해 1월이 되어서야 끝났다.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은 배우 방은진씨. 대사 한마디 끊을 곳 맺을 곳까지 짚어주면서 세심하게 챙겨주었다. 야단맞을 땐 ‘선배’가 되고 어리광 부려도 되겠다 싶으면 ‘언니’로 돌변하는 관계였다. 첫 영화니까 애정을 갖는 것은 당연하고, 자신에게도 조용하고 정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 큰 수확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뭐였죠? 역시 하하하. 제 첫 대사가 뭔줄 아세요? “예.”였어요. 두 번째 대사는, “할게요.” 하하하. 세 번째 대사는 “안녕”이었어요. 얼마나 불안했겠어요, 감독님이. 연기라곤 연기학원도 다녀본 적이 없는 신인을 데려다놓고서. 그래서 일부러 조정을 해주신 것 같아요. 감사해요.
중3 때까지만 해도 장래 희망이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집을 짓고 싶어서 대학은 건축학과로 갔고,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생겼다. 배우 안 했으면 인테리어 디자이너 했을 거라고. 컴퓨터 프로그래머에서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인, 모델, 영화배우, 욕심도 많네요, 했더니 “저 욕심 많구요, 일 벌이기도 좋아하고, 벌여놓은 일 열심히 해치우는 것도 좋아해요.”
“CF는 스타카토라면, 영화는 아다지오처럼 길고 느린 호흡이에요. 또 CF는 나의 좋은 부분만 편집해서 보여주잖아요. ‘사랑해 주세요’라고 속삭이는 거죠. 반면 영화는 나의 허점까지를 모두 드러내는 것, 즉 나를 던지는 거예요.” 어느 것이 더 좋은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영화로 승부를 내고 싶다고 말하는 변은정의 현재 벤치마킹 대상은 배우 이영애씨. CF에서 출발해서 끊임없이 자기 관리를 한 결과 지금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제2의 이영애를 꿈꾸는 ‘스물넷’의 내일은 ‘맑음’이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