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의 미니 미,버네 트로이어
2002-11-26
글 : 황혜림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와 함께 스크린으로 금의환향한 건 오스틴 파워만이 아니다. 오스틴에 대적하는 닥터 이블, 그의 ‘사악함이 1/8로 농축된’ 클론 미니 미의 못 말리는 짝패도 돌아왔다. <오스틴 파워>에서 덩치만 다른 쌍둥이처럼 새끼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댄 채 악동 같은 웃음을 흘리던 그들을 기억하는지. 익히 탄로난(?) 대로 닥터 이블의 실체가 오스틴, 팻 배스타드, 골드멤버와 동일 배우인 마이크 마이어스라면, ‘미니 미’의 애칭과 침묵 뒤에 숨은 배우는 바로 버네 트로이어다. <오스틴 파워> 시리즈의 2, 3편으로 덩치에 반비례하는 인기와 성공을 거머쥔 그는 실제 지극히 아담한 몸집의 연기자. 80cm가 약간 넘는 신장 때문에 앳되어 보이지만, 내년 1월이면 만 서른넷이 된다.

미시건의 작은 마을 센터빌에서 자란 그가 고교 때부터 막연히 꿈꾸던 영화계에 입성한 것은, 전화회사에 다니던 1993년. 친구의 소개로 <빙크의 베이비 데이 아웃>에서 9개월 된 아기의 스턴트 대역을 맡으면서 스턴트맨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스턴트 대역을 요하는 아기 역할이 많지 않아서” 거의 포기할 뻔도 했지만, <피노키오의 모험>의 인형 피노키오의 대역이나 <맨 인 블랙>의 본부에서 잠깐 스치는 외계인, <마이티 조 영>의 아기 원숭이 조, <어메이징 판다 어드벤처>의 아기 판다 등으로 필모그래피를 이어왔다. ‘미니 미’가 신선했던 것은, 지금껏 15편 남짓의 영화와 몇몇 TV물에 출연했지만 ‘의상’ 연기가 대부분이라 얼굴을 익힐 틈이 없었던 탓. 어쨌거나 꾸준한 활동으로 영화계 일각에 자신의 존재를 기억하게 했고, 과연 ‘미니어처 닥터 이블’을 찾을 수 있을까 고심하던 <오스틴 파워> 제작진에게 오디션 받을 기회를 얻었다.

실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사실 흉터는 물론 귀, 코, 턱까지 ‘미니 미’는 매번 3시간의 분장 성형 끝에 나온 캐릭터. 대사도 없이 닥터 이블의 곁을 지키며 짓궂은 표정과 슬랩스틱 연기로 웃음의 ‘모조’ 역할을 톡톡히 나눴던 트로이어를, 지난 7월 런던에서 열린 <…골드멤버>의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에서 만났다. 홍보 관계자가 살짝 들어올려 인터뷰 테이블에 앉혀야 할 만큼 작은 체구나 푸른 실핏줄이 비치는 맨머리는 분명 ‘미니 미’였지만, 사춘기 소년마냥 쑥스러워하는 표정과 연약한 목소리에서 그 악동의 기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작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아마 우유를 충분히 먹지 않았나보다”라고 웃으며 응수하는 한편, 선입견의 위험성을 진지하게 되짚어주기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고블린 등 좀더 다채로운 역할로 향하는 열쇠를 쥐어줬을 뿐 아니라 “늘 성대한 파티 같았던” <오스틴 파워> 2편의 기억을 소중한 재산으로 안고, 그는 자신의 명함에 새긴 대로 ‘쇼비즈니스에서 가장 위대한 작은 사람’(The Biggest Little Man in Show Business)으로 가는 계단을 차근히 밟아갈 자세를 갖춘 듯 보였다.

이번에는 거친 장면이 꽤 많은데, 모든 연기를 직접 다 했나.

→ 거의 다. 물론 그(자루에 싸여 내동댕이쳐지는) 격투신을 직접 다 했다면, 이렇게 멀쩡하게 여기 나와서 얘기할 수 없었겠지. (일동 웃음) 그동안 스턴트 수업을 꽤 쌓아서 익숙하다. 그리고 형과 여동생, 부모님까지 내 가족들은 ‘보통 신장’인데, 날 다르게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건 다 하고 자랐다. 그래서 스턴트나 육체적인 일을 하는 것도 편하다.

오스틴 파워를 좋아하나, 닥터 이블을 좋아하나.

→ 난 ‘이블’한 부분을 좋아한다. (웃음) 못된 짓을 하는 게 좋다.

신체적 조건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에 예민한 반응도 많았을 텐데, 적대감을 느낀 적은 없나.

→ 없다. 내 역할이 꼭 작다는 것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재밌어하고, 나도 그런 것 때문에 감정이 상하진 않으니까. 다른 이들도 그렇지 않길 바란다. 난 스스로 당신들과 다르다고 여기지 않는다. 내가 컸더라면 어땠을지 모르고, 당신들도 작았더라면 어땠을지 알 수 없지 않나. 난 신이 주신 것을 잘 이용할 뿐이다. 내가 큰(tall)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미 적응하게 됐다. 지금의 내 위치에 있길 바라는 작은 사람들도 많다. 동종업계에 있는 작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본다.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한 역이 더 많아졌으니까.

앞으로의 계획은.

→ 아직은 없다. <오스틴 파워> 이후 시나리오가 꽤 들어온다. 일단 홍보에 집중하고, 휴식기를 좀 가진 뒤에 뭔가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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