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4인용 식탁>으로 돌아온 엽기녀, 전지현
2002-12-02

<4인용 식탁>의 촬영현장에서 만난 전지현(21)에게 <엽기적인 그녀>의 엽기걸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다.

회색치마에 검정스타킹, 진한 베이지색 외투에 머플러, 그리고 몇 올 흘러 내린 머리까지 창백하다 못해 어딘가 아파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이었다.

<4인용 식탁>은 <엽기적인 그녀>로 최고 여배우 대열에 껑충 합류한 전지현에게 연기변신의 기회가 되는 영화다. 그녀가 연기하는 ‘연’은 끝없는 외로움에 갇혀 사는 여인. 혼령을 보거나 사람의 운명을 예언하는 능력을 가진 연은 남편조차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외로움 속에서 살던 중 정원을 만나 마음을 열지만 다시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영화를 차기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연’이라는 캐릭터가 갖는 매력 때문. 평범해 보이면서도 특별하고 또 약해보이면서도 카리스마가 있는 ‘연’은 다른 영화에서 찾기 쉽지 않은 개성있는 여성캐릭터다.

“‘엽기’ 끝나고 계속 비슷한 내용의 시나리오만 들어왔어요. 관객들에게 잊혀지지 않고 편하게 갈 수도 있었겠지만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죠.”

연출을 맡은 이수연 감독이 전지현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강단이 있다”는 것. “섹시함 제외하고도 카리스마 있는 배우”가 전지현이었고 “연약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연’이라는 캐릭터에 그녀만큼 맞는 배우가 없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이다.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신뢰만큼 그녀가 배역에 접근하는 자세도 어느 때 못지 않게 진지한 모습이다. 귀신과 대화한다는 사람들이 나오는 비디오 자료를 보며 배역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고 ‘연’에 자신의 목소리를 맞추기 위해 발성연습도 밤낮없이 해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힘든 것은 “내일이 촬영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덜컹할 정도”로 배역에 대한 긴장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

“그다지 나쁜 일은 겪어본 적이 없어서 복잡한 과거를 가진 여자 역을 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했지만 어느새 ‘연’에 대해 믿음이 가고 점점 익숙해지더라고요.”

<4인용 식탁>은 <화이트 발렌타인>, <시월애>, <엽기적인 그녀> 이후 그녀가 출연하는 네 번째 영화다. 전지현은 영화 4편의 짧은 경력과 2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비해 일에 대한 진지함을 일찍 체득한 듯 보였다.

해외 진출 계획에 대해서도 그녀는 “당분간은 없다”라고 말하며 ‘속깊은’이유를 덧붙였다.

“그렇게 쉽지 않은 얘기 같아요. 기획이나 시나리오도 좋아야 하고 문화나 언어 차이에 따른 어려움도 있고. 급하게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한국에서 만든 영화를 외국에서 알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속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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