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살에 문신과 청바지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여자. “거울을 안 보는 것이 내 젊음의 비결”이라지만, “아름다움은 몸이 아닌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지만, 5살 연하의 애인 커트 러셀 앞에서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 전신박피수술도 감행한 여자. ‘고고댄서’로 스물에 무대에 올라 60살을 내다보는 지금 여전히 할리우드 무대를 누비는 여자. 세번의 이혼을 하고, 세명의 자녀를 두고, 그러나 아직도 머리를 기르고 애정전선에서 은퇴하지 않은 여자. 미국인들이 ‘완벽한 몸매’라 칭했던 젊을 적 그대로, 아직도 몸 전체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사는 여자. <죽어야 사는 여자> <행복했던 여자> <조강지처 클럽>의 골디 혼이 <와일드 클럽>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이미지와 딱 맞는, ‘왕년의 그루피’ 수젯이 되어서.
<와일드 클럽>에서 골디 혼은 그루피족으로 젊은 시절 화려하게 날렸던 중년 여성 수젯을 연기했다. 그루피는, 골디 혼이 실제로 종종 듣던 말이었다고 한다. “첫 번째 아이 올리버를 가졌을 때, 나는 남편 빌 허드슨과 함께 여행을 다니곤 했어요. 아버지는 그런 절 보고 임신한 그루피라고 말하곤 했죠.” 뮤지션의 딸로 태어나 세살 때부터 춤을 배우고 배우가 된, 세 번째 결혼상대로 로커를 선택, 그에게서 난 딸(케이트 허드슨)이 역시 로커와 사귀고 있는 골디 혼에게, 이 영화는 그녀 자신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딸 케이트 허드슨은 <올모스트 훼이모스>에서 밝은 현재의 그루피로, <와일드 클럽>에서 엄마 골디 혼은 쇠락했으나 열정만은 그대로인 과거의 그루피로 짝을 이루기까지 하는 것이다. “믿을 수 없어!” <와일드 클럽>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골디 혼은 딸과 함께 비슷한 캐릭터를 모녀가 연달아 하게 된 것에 대한 ‘우연의 일치’를 놀라워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게 우연이었을까. 골디 혼에게, 캐릭터는 배우가 따라가는 것이라기보다는 캐릭터가 배우를 따라오는 것으로 보인다.
골디 혼은, <와일드 클럽>에서 보듯 당대의 가장 지적인 여자배우와 잘 어울리면서 동시에 <전선 위의 참새>에서처럼 멜 깁슨이라는 보수적인 이미지의 남자배우의 섹시한 상대역으로도 잘 어울리는, 조금은 야릇한 배우다. 한편으로는 매우 페미니즘적인 캐릭터이면서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할까. 골디 혼은 숱한 영화에서 그 육감적인 육체와 긴 금발을 내세우며 전형적인 미녀 캐릭터를 맡아왔다. <와일드 클럽>에서 그녀가, 수잔 서랜던이 연기한 ‘비니’와 함께 ‘한창때’ 수집하던 남자 로커 성기 사진을 낄낄거리며 꺼내 보는 장면은, 마치 그러했던 그녀 자신의 시간을 뒤집어 음화로 내보이는 것 같아 더욱 흥미롭다. ‘봐봐, 내가 이랬다구!’하면서.
“있죠, 난 여자가 나이가 들어도 덜 섹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배역을 연기하는 게 좋아요. 하지만 섹슈얼리티는 우리가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느끼느냐 하는 문제예요. 몸 그 자체가 아니고요. ” “오 마이 갓! 내가 마흔이라구 했었죠. 근데 마흔이 되었고, 다시 오 마이 갓! 내가 예순이라고 했는데 얼마 안 남았어요. 팔십엔 내가 뭘 할까요 사는 건 그런 거예요.” 섹시하지만 섹시함 이상의 무엇이 더 매력적인 혈기왕성한 중년 배우 골디 혼. 그녀도 언젠가는 정말로 늙겠지만, 아직은 그녀에게 ‘왕년’이라는 말을 쓸 때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