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신작 로 3년만에 돌아온 염정아
2002-12-11
글 : 최수임
사진 : 정진환

큰 눈, 뾰족한 턱, 깡마른 몸. 그런 염정아는 빙산의 일각이다, 라는 걸 그녀를 만나고 얼마 안 되어 알게 되었다. 편안한 웃음, 친절한 태도, 솔직한 이야기. 직접 만나 본 염정아는 ‘모난’ 이미지보다는 ‘둥글둥글한’ 느낌이 더 강한 사람이었다. 왜 사각의 화면은 그녀를 그렇게 뾰족뾰족해 보이게 하는 걸까 의아한 생각이 들 만큼. 염정아를 만난 건 그녀의 새 영화 <H>의 기자시사회가 있기 하루 전 날이었다. 그녀의 ‘다른’ 모습에 놀란 다음날, 그런데 삼차원의 실제 공간에서 그리 모나지도 마르지도 않아 보이던 그녀는, 영화 속에서 영락없이 종이인형 같은 평소의 이미지 속으로 쏙 숨어들어가 있었다. 카메라는, 염정아를 늘 그렇게 ‘변신’시키는 것 같았다.

염정아가 3년 만에 출연한 영화 <H>는 <양들의 침묵>과 <쎄븐>, 그리고 얼마간은 그녀의 전작 <텔미썸딩>을 연상케 하는 범죄스릴러다. “<텔미썸딩>에서는 용의자였는데, <H>에서는 형사가 됐어요.” <H>는 1년 전 수감된 연쇄살인범, 그리고 그가 했던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일어나는 연쇄살인을 수사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다. 동료 형사이던 약혼자를 자살로 몬 연쇄살인범과 관련된 수사를 하는 주인공 여형사가 염정아의 역. 슬픈 사연을 품고 냉철하게 수사에 임하는 이 여형사 배역에, 염정아는 어느 때보다 강한 보이시 스타일을 끌어들였다. 머리는 아주 짧게, 상대역인 지진희의 머리보다도 더 짧게 동그란 두상에 착 올라붙어 있고, 의상 역시 하나같이 직선적인 매니시 스타일이다. “보이시하죠. <텔미썸딩> 때도 그랬지만 그때보다 더. 원래 저는 성향도 그런 게 좀 있어요. 근데 <텔미썸딩> 이전에는 사람들이 절 그렇게 안 봤죠. 미스코리아를 해서 그런가 ” 큰 눈이 정말로 궁금해 한다.

“연기자가 꿈이었지만, 미스코리아도 너무 하고 싶어서 주위의 추천 같은 거 하나없이 대학합격통지서 받자마자 대회 참가서를 냈었어요. ” (웃음) 그렇게 나간 대회에서 염정아는 미스코리아 선에 당선됐고,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 출연하면서 곧바로 꿈이던 탤런트로 직행했다. 운이 좋던 그해, 염정아는 영화도 한편 찍었다. <째즈바 히로시마>라고, 염정아의 영화 데뷔작이다. “(웃음) 그 작품이 사실상 첫 주연영화죠. 당시 당대의 최고 멜로배우였던 강석우 선배님이 의사면서 밤에는 재즈바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한국인으로, 저는 한국에 취재차 온 일본인 방송 기자로 나왔어요. ” (웃음) 그러고나서 <테러리스트>와 <텔미썸딩>에서 조연을 맡았고 <H>로 다시 주연이 된 것이다.

“네가 왜 영화를 안 하냐?” “하다보니까 계속 드라마를 하게 되네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제 영화를 해야지….” <태조 왕건>을 하고 있을 때였다. 영화사 봄의 오정완씨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을 해 만난 자리에서, 염정아는 <H>가 아니라 그냥 ‘영화’를 제안받았다. 그로부터 얼마 뒤, 염정아는 봄에서 <H> 의 출연제안을 받았고 시나리오를 읽으며, “솔직히 나한테 참 어울리는 역이라 생각”했다. 시작된 영화 준비는 고된 훈련의 연속이었다. 검도에 사격까지, 영화에서는 킥복싱 대련하는 단 한 장면에서 액션이 있을 뿐인데 “총 잡는 자세부터 제대로 나와야 된다”며 “남자랑 차별없이 경찰특공대 대원에게서 훈련을 받았다”. 그러면서 울기도 했지만, 촬영 기간은 그저 신날 뿐이었다. “한 2∼3년 전부턴가 모든 게 즐겁게 바뀌었어요. 연기도, 사진 찍는 것도, 인터뷰 하는 것도…. 제가 2년 뒤에 결혼을 하겠다고 그냥 계획을 세웠거든요. 지금 제 일 계획은요, 그때까지 속된 말로 빡세게 일하는 거예요.” (웃음) 속되게, 그리고 솔직히. 염정아는 그렇게 그녀만의 ‘각’을 뭉그러뜨리지 않고 또렷이 살고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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