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향기>의 촬영현장인 통영에서 만난 장진영(28)은 부쩍 야윈 모습이었다. 5㎏은 감량했을 것이라는 제작사의 말이 전혀 틀림이 없어 보일 정도. 무엇보다도 감독의 액션사인만 들어가면 눈물을 펑펑 흘려대는 모습이 영화 속 배역 희재에 흠뻑 빠져있었다.
<국화꽃향기>에서 희재는 온갖 괴로움을 딛고 연하의 대학동아리 후배 인하와 결혼하지만 새로운 생명인 딸을 세상에 탄생시킨 순간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비련의 여주인공’이다.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한 여자가 대학시절부터 10년 정도 겪는 힘든 삶의 굴곡을 연기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은 했었지만 막상 연기해보니 다르네요.”
<국화꽃향기>는 그녀가 출연하는 여섯번째 영화. 92년 미스코리아 충남 진 출신으로 주로 TV에서 활동하던 그녀는 98년 <자귀모>로 스크린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은 “억지스러운 장치가 없는 시나리오”에 반해서. 90% 정도 진행된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물에 빠진 희재를 인하가 구해주는 신이었다고. 10월 중순의 쌀쌀한 가을날씨에 촬영된 이 장면에서 둘은 온 몸을 흠뻑 적시면서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했다.
상대역인 박해일과는 영화에 캐스팅된 후 처음 만났다. 연극 「청춘예찬」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던 박해일은 아동극 배우, 록커, TV드라마 촬영부 등 독특한 이력을 가진 연기자.
“연기가 자연스럽고 편안해요. 술자리도 같이 해보니 나이는 어린데 생활의 폭이 넓더라고요. 이런 친구도 있구나 했죠”
장진영은 <반칙왕>, <소름> 그리고 얼마전의 <오버더 레인보우>까지 출연작들을 비교적 흥행에 성공시키며 멜로, 코미디, 공포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양한 컬러를 가지고 있는 것같다”고 물었더니 조금의 망설임 없이 “그렇죠”라는 밉지 않은 농담이 돌아왔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이란역할, 저런 역할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