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영화 <친구> 투자·배급 김동주씨
2001-04-23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영화 <친구>에 몰리는 사회적 관심이 대단하다. 개봉한지 3주가 채 안된 20일까지 서울 130만명, 전국 350만명이 들었다는 신기록도 신기록이거니와, 곳곳에서 이 영화의 흥행원인이 뭔지 분석을 내놓기 바쁘다. 김대중 대통령도 영화를 보고 한마디 했고, 부산시는 5월초에 범일동 등 영화에 나오는 부산시내 5개 거리를 `친구의 거리'로 지정할 예정이다.

부산출신인 곽경택 감독은 고향 친구들로부터 “부산에서 출마하면 틀림없이 당선된다”는 말을 듣고, 몇몇 국회의원들은 이 영화의 홍보 담당자들에게 다음 총선에서 홍보를 맡아달라고 주문한다. 또 조만간 텔레비전에서 유오성, 장동건씨가 함께 달리다가 헤어지면서 “친구야, 연락하자”고 말하는 내용의 휴대폰 광고가 대대적으로 방영된다.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요즘 <친구>에 투자하고 배급한 코리아픽처스의 김동주 대표(36)는 가장 행복한 사람중의 하나다. <친구>는 지금까지의 흥행만 가지고도 투자원금을 제하고 100억~110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마케팅비용 포함해 투자된 33억원 가운데 25억원이 코리아픽처스가 운용하는 자금인 만큼, 이익을 제작사와 6대4로 나누고 그 6할을 투자자끼리 투자비율로 나누면 이 회사에 돌아오는 몫은 최소한 50억원이 넘는다. 게다가 지금의 추세라면 서울 200만명, 전국 500만명을 넘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하니 돈방석은 떼논 셈이다.

흥행의 비결은 일단 영화 자체에 있겠지만, 마케팅 전략을 무시할 수 없다. “이전에 일신창투에 있을 때 곽 감독이 만든 <닥터K>의 투자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그때 흥행이 매우 안 좋았다. <친구>의 투자를 결정할 때 곽 감독에게 `손해만 보지 말자'고 했다. 그런데 영화를 70% 정도 찍었을 때 러쉬필름을 봤더니 생각이 달라졌다. 터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고 8억원으로 잡았던 홍보·마케팅 비용을 두배로 늘렸다.” 이에 따라 시사회를 일찍 잡고, 신문 방송사를 상대로 배우와 감독이 마라톤 인터뷰를 벌이고, 대대적인 옥외 광고를 냈다. 결국 <친구>는 개봉 전부터 여론몰이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쉬리>와 <공동경비역 JSA>, 모든 흥행 기록에 도전한다”는 건방진 카피가 관객의 또다른 흥행신화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겼다. 개봉 첫주의 흥행이 성공하자 `과연 그럴까'하는 의아심이 `정말 손님이 몰리네'하는 놀라움으로 이어지면서 더 많은 관객이 극장으로 달려갔다. 이 카피도 김 대표가 직접 썼다.

“주변에서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니냐고 주저했지만 그렇게 밀어도 될 것 같았다.” 그러면 이런 감각은 어디서 나올까. “12년 영화계에 있다보니 생긴 모양이다. 나는 영화공부 한 적이 없다. 광고회사에 있을 때 `좋은 광고는 아름답던 촌스럽던 상품이 많이 팔리는 광고'라는 생각을 영화에 그대로 적용한다. 많이 보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친구>는 지금이 불황이어서 옛날을 생각할 것이고, 마침 지금의 경제주체인 386세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행이 될 것 같았다.”

김 대표는 이번 흥행에 고마운 사람으로 뜻밖에 미국의 리들리 스콧 감독을 꼽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한니발>의 수정을 요구했을 때, 한국에서 모자이크 처리해도 될 것을 그가 직접 손질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이 영화 개봉이 미뤄져 <친구>과 관객을 독식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경희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광고회사에 들어갔다가 20세기폭스사, 익영영화사, 일신창투를 거쳐 지난 98년 창립한 코리아 픽처스의 대표로 스카우트됐다. 그동안 <스피드> <나홀로 집에> <접속> <퇴마록> 등 흥행작의 마케팅에 관여했고, <친구>는 코리아 픽처스에 온 뒤 <아나키스트>에 이은 두번째 투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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