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찰리의 진실>의 박중훈
2002-12-28

충무로 영화배우 출신 중 처음으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에 진출한 박중훈이 27일 영화 <찰리의 진실>의 시사회 이후 기자들을 만났다.

<양들의 침묵>으로 유명한 조너던 드미 감독의 새 영화 <찰리의 진실>(원제 The Truth of Charlie)은 오드리 햅번이 주연으로 출연한 63년작 <샤레이드>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사라진 다이아몬드를 찾는 특수부대 출신 요원들과 파리 경찰청 직원, 살해된 전직 요원의 부인 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박중훈은 전직 특수부대 요원 세 명 중 한 명인 이일상 역을 맡아 <혹성탈출>의 마크 월버그, <쇼생크 탈출>의 팀 로빈슨 등과 함께 연기한다. 회견장에서 그는 “앞으로 할리우드 진출을 급하게 보고 있지 않다”며 “점점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넓혀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사회 이후 두 달 반여만에 한국에서 공개됐다. 미국 시사회 때와 다른 점은?

=초반보다는 후반으로 갈수록 비중이 커지는 역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영화 보는 도중 ‘제발 얼굴 좀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멈추지 못했다.(웃음)

사실, ‘이 정도 비중인데 그렇게 시끄럽게 굴었나’라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한국 관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나 전세계 시장에 맞춰서 만들어졌으며 나는 그저 배역 중 하나에 캐스팅된 아시아의 한 신인배우일 뿐이다.

-미국에서는 흥행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좋지 않은 게 아니라 처절했다는 말이 더 맞다. 흥행에서는 낭패를 봤다. 해외 흥행이 좋았다면 한국에서 흥행이 잘 안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할 텐데 오히려 그런 부담은 없어졌다. 주연인 마크 월버그(의 스타성이 부족함)를 원망스러워하고 있다.(웃음)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설명해달라.

=이런 말 하기 쑥스럽지만 감독이 나의 굉장한 팬이다. 얼굴을 쳐다보면 눈에 하트가 보일 정도로 내 연기에 푹 빠져있는 것 같다. 시나리오 상 일반적인 악역이었던 캐릭터도 감독의 ‘애정’으로 상당부분 수정이 됐다. 출연하게 된 것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선댄스영화제에서 본 조너던 드미 감독이 캐스팅을 제의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영화 후반부의 비 내리는 골목 장면을 <인정사정…>에서 따왔다고 했을 정도로 이 영화를 좋아한다.

-다른 배우와의 작업은 어땠나

=처음에는 4억짜리 배우와 천만 달러짜리 배우 사이의 보이지 않는 상하관계가 형성이 되는 것 같았지만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니까 ‘이 녀석도 내공이 있구나’ 하는 식으로 인정해 주는 듯 했다. (마크 월버그가 2천만 달러, 팀 로빈슨이 5백만 달러의 개런티를 받은 반면 박중훈은 32만 5천 달러의 개런티로 영화에 출연했다)마크 월버그와는 5개월 동안 같이 지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극중 이일상이 원래는 ‘오사다’라는 일본 이름이었다던데.

=감독이 자주 가는 ‘쓰시바’의 점원 이름이 ‘오사다’여서 이 이름을 사용했다고 들었다. 감독에게 제안해서 ‘이일상’이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일상’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름이고 ‘이’는 <인정사정…>의 이명세 감독의 성이다.

-할리우드 영화사로부터 차기작 캐스팅을 받은 적은 있나

=메이저 영화사들로부터 다섯 개 정도 제안을 받았다. 이중 세 개 정도는 완전히 악역이었고 2개 정도는 <찰리의 진실.에서와 비슷한 비중의 조연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큰 배역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모두 거절했다. 이밖에 영화 제작자 중 한 사람인 피터 새라프로부터 동양 남자와 백인 여자 사이의 로맨틱 코미디를 내용으로 하는 영화의 출연을 제안받아서 출연을 고려중이다.

-오래간만에 맡아보는 조연이다. 연기는 만족하는가.

=어느 때 못지않게 최선을 다했다고 확신할 수 있다. 배역의 비중은 단계를 거쳐 조금 조금씩 넓혀나가겠다. <아메리칸 드래곤>으로 할리우드 B급 영화에 처음으로 출연했고 이번 영화로 A급 영화에 조연으로 얼굴을 내민 셈이다. 한국관객들이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지켜 봐줬으면 좋겠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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