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어떻게 하면 톡톡 튈까? <색즉시공> 배우 신이
2002-12-31
글 : 심지현 (객원기자)
사진 : 정진환

‘신이’라는 저 이름을 어디서 봤더라. 한참 헤매고 있자니 <노랑머리2>가 떠오른다. 연예인 시켜준다던 실장에게 몰카당하고, 아르바이트하던 편의점 주인에게 몰카당하던 ‘J’라는 소녀, 세상이 싫어 남국의 바다로 떠나려던 그 아이는 무표정일 땐 어김없이 추를 매단 듯 아래로만 향하던 입꼬리를 가졌었는데… 우울해 보이던 저 입꼬리. <색즉시공>에서 다시 만난 신이(23)를 보며 뭐가 그녀를 저리도 달리 보이게 할까 궁금해하는 순간, 활처럼 팽팽히 당겨져 위를 향하고 있는 입술이 눈에 들어온다.

영화 한편으로 전혀 다른 표정을 갖게 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여고괴담1>과 <노랑머리2>를 차례로 찍고 나서 상업적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욕구가 수위를 높여갈 때 두편의 시나리오가 그녀 앞에 놓여졌다. 한편은 그녀의 주연이 확실시되는 것이었고, 다른 한편은 험난한 공개 오디션을 거쳐야 조연 자리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망설이진 않았어요. 주연이 꼭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았거든요. 나오는 신이 많다고 사람들의 뇌리에 남게 되리란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 제가 오디션 체질이거든요. 단 한번도 오디션이 아닌, 인맥이나 학벌로 캐스팅돼본 적이 없어요. 이전의 국립극단 단원 생활도 공채 1기로 당당히 뽑힌 거였고요.” 1차 오디션 때 은효(여자주인공) 대사를 시키는 것을 보고, ‘아, 은효 역이구나’내심 기대를 품었는데, 2차부터 경주 역할만 맡게 되니 저절로 감잡았다는 그녀. 해박한 성이론과 거침없는 말투로 주변을 즐겁게도, 괴롭게도 만드는 글래머걸인 경주는 사실 자신과는 많이 다른 인물이었다. 무엇보다 ‘글래머걸’이라는 점! (ㅠ.ㅠ) 최종 심사까지 함께 간 후보자가 몸매면에선 시나리오에서 오려낸 듯 비슷했지만, 연극 <도덕적 도둑> <태> <오마뇽레스크>와 영화에 출연했던 경험을 살려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 신이에게 경주 역은 당연한 보상이었다.

경주의 가장 큰 특징인 사투리는 실은 대본에 없던 설정을 신이 본인이 만들어낸 것이다. “워낙 대사만으로도 튀는 인물이긴 하지만, 감칠맛은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고향이 대구인 점을 살려서 사투리로 연기해보면 어떨까 여쭤봤더니, 감독님께서 흔쾌히 허락하셨어요.” 실은 윤제균 감독이 한 말은 “어설프게 할 거면 하지 마라”였다. 그러나 천연 경상도 걸인 신이의 유창한 발음 앞에 대본은 전체 수정에 들어갔고, 연기 중 애드리브 구사도 빈번하게 허용됐다. 극중 박경주(신이)·이대학 커플의 러브신은 신이의 기상천외한 애드리브로 충만하게 채워진 대표적인 장면. 영화에 대한 욕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그녀에게, 촬영 도중 임창정이 건넨 말이 있다. “배우는 정말 연기를 잘하거나, 정말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어. 근데 신이는 두 가지 모두를 갖췄으니까 꼭 좋은 날이 올 거야.” 재능과 노력 두 글자로 닦여질, 바지런한 그녀의 다음 행보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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