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처음 받았을 때 어땠어요?”(기자) “처음 받았을 때 읽을 생각 없었어요” “그럼, 왜 출연하게 됐어요?”(기자) “좋으니까요” “어느만큼요?”(기자) “이만큼(손 벌리면서), 아이 어색해라…”
어눌한 말투에 그다지 특출나지는 않는 외모, 그리고 쿨하기보다는 구리구리해 보이는 연기자 양동근에게는 또래의 다른 연기자들과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개성 있어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평범과는 거리가 멀고 남을 배려하면서도 마음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애쓰는 솔직함은 연기자로나 한 인간으로나 그 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으로 여겨진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복수’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 이상의 무엇인가를 안겨줬던 양동근이 영화 <와일드 카드>(제작 씨앤필름ㆍ유진E&C)를 통해 스크린에서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와일드 카드>는 퍽치기범죄자들을 뒤쫓는 형사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로 양동근은 빠른 두뇌회전에 법보다는 주먹이 앞서고 의지가 넘치는 신참형사 방제수역을 맡아 범인에 대해서도 연민을 느끼는 휴머니스트 형사 오영달 역으로 등장하는 정진영과 호흡을 맞춘다.
15일 이 영화의 촬영이 진행되는 양수리 종합세트장에서 만난 양동근은 짧게 자른 곱슬머리에 밤색 가죽점퍼를 늘어뜨린 모습이 범죄자인지 범죄자를 잡는 사람인지 헛갈릴 정도의 모습이 영락없는 형사였다.
“경찰서에는 접촉사고로 한번밖에 가본 적 없다”는 양동근은 ‘거칠지만 열정과 순수함을 지닌 진짜 형사 이야기’를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 정진영과 함께 영화의 실제 모델들과 수차례 술자리를 가졌다고.
경찰이 되고 싶은 적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양동근은 “그런 생각은 안해봤는데요…”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좋은 일인 것은 맞지만 엄두를 내보지 못했어요. 정의를 위해 일하는 것은 옳은 일인데도 저는 잘 모르겠어요.”
또박또박한 말투에 왠지 지적으로 보이는 정진영과 졸린 말투에 단정과는 거리가 있는 외모의 양동근은 영화 속의 두 형사처럼 서로 안 어울려 보이는 듯 닮아 보인다.
연기경력으로는 자신이 선배지만 15살 위인 정진영의 연기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말에 양동근은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고 직접적인 평가를 피했다.
“연기는 서로 호흡할 때 편해야 하는 것 같아요. 시소타는 것처럼 잘 맞아야죠. 그런게 최고 아닌가요?”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얘기가 나오자 양동근은 “부담스럽다”면서도 드라마의 여운을 아직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드라마 내용이나 대사나 많은 것을 가르쳐 줬어요. 죽음이나 사랑이나 여러 가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 드라마였죠.”
양동근은 11살 때인 87년 송년특집 드라마 「탑리」로 처음 연기를 시작했다. 아역 연기에 나선 것은 뜻밖에도 자신이 간절히 원해서라고.
“운명의 장난인지 어느날 그냥 장난치며 신문을 넘기다 아역 탤런트 모집 광고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때부터 ’엄마 하고 싶어’라고 떼를 썼죠.”
드라마 「서울뚝배기」, 「형」 등에 출연하며 아역 탤런트로 활동하던 그는 한 동안 잊혀지는 듯하다 시트콤 「뉴 논스톱」으로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후 <수취인불명>, <해적, 디스코왕 되다> 등의 영화와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 연이어 출연했다.
“한참 친구들과 어울릴 나이인데 너무 바쁜 것 아니냐”고 떠보자 한숨과 함께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다.
“친구들과 몰려다니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한동안 쉬고 싶어요. 연기는 평생 해야죠. 평생 할 수 있으면 다행인 것 아닌가요?”
시트콤에서나 드라마에서나 영화에서나 양동근의 모습은 실제인지 연기인지 모를 정도로 리얼함이 느껴진다. 「뉴 논스톱」의 ‘양동근‘, <수취인불명>의 혼혈아 창국, 「네 멋대로 해라」의 ‘복수’는 꽤나 다른 인물들이지만 연기자 양동근의 모습에 섞여 있어 보인다.
“실제 성격이요? 모르겠어요. 작품을 할 때마다 제 성격 중 여기저기서 빼서 그냥 내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연기를 하며 이런저런 모습으로 살다 보니까 어떤 것이 진짜 나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