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이중간첩>되어 돌아온 한석규
2003-01-21

“관객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말을 한다”는 한석규는 실제로 <넘버3>, <접속>, <초록물고기>, 등 지금까지 출연하는 영화마다 평단과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으며 ‘좋은 추억’을 꽤나 성공적으로 선사해왔다.

그가 <텔미 썸딩> 이후 4년만에 영화 <이중간첩>을 새로운 ‘추억거리’로 들고 관객들을 만난다.

<이중간첩>에서 그가 맡은 역은 남한으로 위장귀순한 이중간첩 림병호.

“오래간만의 작품인 데다 관객들의 기대치도 높다는 생각을 하니 장점보다는 단점만 보이네요”

2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극장에서 열린 시사회 후 근처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석규는 특유의 낮으면서도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쉬리>도 아쉽고 도 아쉽고.. 자기 작품에 아쉬움을 갖는 것은 늘 같은 것 같아요”

한동안 CF에만 출연했던 그는 그동안 주로 영화를 보며 지내왔다고. “최근 개봉한 영화는 대부분 봤다”고 말하는 그는 최근의 영화계에 대해 “시장이 커지고 다양한 개성과 뚜렷한 색깔을 가진 동료들이 많이 등장한 것이 기쁘다”면서도 “장르적 관습에 충실한 완성도 높은 영화는 드물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가 칭찬을 아끼지 않은 영화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감우성의 영화데뷔작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복수는 나의 것>, <오아시스>, <품행제로> 등.

<이중간첩>가 올해 첫번째 ‘초대형 프로젝트’로 불리는 것은 해외로케나 이중간첩이라는 소재의 특이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한석규가 4년만에 선택한 영화라는 점.

오래간만에 관객들 앞에 서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제가 원했던 부담감입니다”라는 시원시원한 대답이 돌아왔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던지 부담스럽겠죠. 하지만 많이 알려지기를 바랬고 관객들이 내 연기를 봐주길 원했던 게 사실인데요. 부담감 자체도 제가 바라던 것이죠. 그만큼 연기에 있어서 책임감이 생깁니다.”

한석규는 <이중간첩>에서도 <초록물고기>에서 ‘초록물고기 생각나느냐’며 형에게 전화를 걸던 장면이나 에서 리모콘 작동법을 아버지에게 가르쳐주던 모습처럼 몇몇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도 관객들의 가슴에 남을 만한 연기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남한으로 귀순 후 고문을 당하는 신도 그중 하나.

고문 장면이 힘들었겠다는 말에 한석규는 “고문은요 뭐… 고문 장면 같은 것은 차라리 더 쉬워요. 목표가 뚜렷하니까”라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정보요원 백승철과의 관계를 표현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천호진이 연기하는 백승철은 림병호를 귀순자로 믿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를 희생시키려 하는 인물이다.

한석규는 영화촬영 중 감독에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힌다. 이 영화의 엔딩장면도 그의 아이디어가 적극 반영된 장면. 게다가 흥행작을 선택하는 탁월한 안목까지 감안하면 언젠가는 감독변신도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를 갖게도 한다.

“물론, 연출에도 관심이 있죠. 하지만, 과연 한 작품을 연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영화 연출에는 기술적인 것들보다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아직은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충분히 준비가 안됐습니다”

그의 말을 빌리면 같은 남북문제를 다룬 영화중 <쉬리>는 제작 당시에서 보는 미래를, <공동경비구역 JSA>는 현재를 다룬 데 비해 <이중간첩>은 과거를 다룬 영화다.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이중간첩이라는 것.

“각 개인에 따라서는 통일을 바라지 않는 사람도 있는 것이 사실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늘고 있는 것 같아요. 최대한으로 통일이 빨리 됐으면 좋겠습니다. 분단된 남북은 상반신과 하반신이 따로 노는 사람 같아요. 같은 목표를 위해서는 한 몸이 좋지 않을까요?”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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