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중성적인 이미지를 왜 재현했느냐고 물어보시려고 그러죠?”
영화 <블루>에서 신은경이 맡은 역은 영국 유학을 다녀온 해군 해난구조대 SSU의 교육훈련대장 강수진 소령. 철저하고 빈틈없는 훈련으로 부대원을 이끄는 강한 여성장교지만 과거의 애인 김준(신현준) 앞에서는 여린 속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22일 오후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은경은 영화속에서 보여줬던 모습처럼 당찬 매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저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고 생각해요. 강하고 중성적인 이미지더라도 영화마다 보여지는 이미지도 다르고요. 강한 여성의 모습이더라도 어떻게 보면 보통의 여성스러움보다 더 많은 여성스러움이 묻어 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가 <좋은 사람 있으면…> 이후 차기작으로 이 영화를 선택한 계기는 ‘시나리오 때문’.
“연기자들에게 영화 고르는 기준은 순전히 시나리오예요. 맡게되는 캐릭터가 어떤가 보다는 책처럼 읽었을 때 쉽고 재미읽게 읽히느냐죠”
영화속에서 신은경은 <지 아이 제인>같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섹스어필한 여군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섹시한 이미지를 내세울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군복은 남녀가 같지 않나요”라고 활짝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몸에 달라붙는 국방색 티셔츠 같은 거요? 드라마를 헤칠까봐 의도적으로 야한 모습은 자제했어요.”
세계 최강이라는 잠수부대 SSU를 다루는 <블루>는 연기자들이 3개월 간 이 부대의 훈련을 직접 받았고 대역 없이 수중촬영에 나서는 등 몸을 아끼지 않은 연기로 화제가 돼왔던 영화다. 신은경이 말하는 가장 힘들었던 촬영도 바다위에서 진행된 SSU의 훈련 장면.
“날도 춥고 파도는 높은데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내내 물 위에 떠있었어요. 엑스트라로 동원된 분들에게 미안해서 중간에 나가지도 못하고…”
힘든 촬영이었다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 촬영장 분위기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고.
“안 웃으려도 안 웃을 수 없는 분위기예요. 촬영이 끝나고 나니 우울증이 생길 것 같았을 정도로”
여군 역할을 맡은 다음 여군들에 대한 인상이 어떤지를 묻자 신은경은 “여군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며 신나했다.
“처음에는 군대에서 어떻게 지내나 했어요. 왠지 여군들은 남성같은 터프함만 있을 것도 같았고요. 그런데 촬영 중간 중간 여자 장교들을 실제로 보니 여성적이다 못해 우아하다는 느낌까지 들던데요. 여군들을 위한 시설도 너무 잘 돼 있고…”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