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베이징] <무사>, <영웅>에 도전장
2003-02-05
글 : 이홍대 (베이징 통신원)

중국서 사상 초유의 흥행 기록 세운 <영웅>, 한국영화 <무사>도 개봉지금 베이징의 극장가에는 전례없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극장 개봉작의 저렴한 불법 복제 VCD와 DVD가 판을 치는 중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요즘 베이징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극장가는 <영웅>을 보려는 관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12월20일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 개봉한 <영웅>은 3일 동안 베이징에서만 700만위안, 전국적으로는 5천만위안을 벌어들여 지금까지 중국 내 최고의 흥행수입을 자랑하던 <타이타닉>의 기록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공식 종영일인 1월10일까지 집계된 수치를 살펴보면 베이징 2126만위안, 전국 2억위안으로 중국영화 사상 초유의 흥행기록을 수립했다. 관객 동원 수로 환산해보면 전국 800만명에 가까운 수치이다. 아직은 극장 문화가 정착하지 못한 중국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당분간은 깨지기 힘든 놀라운 기록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영웅>의 흥행기록을 두고 극장의 한 관계자는 “사실 <영웅>의 관객 수는 지난해 최고 수익을 올린 <따완>(大腕)(펑샤오강 감독)의 관객 수와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웅>의 흥행수입이 이처럼 높은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인상된 입장료를 들 수 있겠다. 제작사의 요구로 종전의 단체관람이나 학생표의 할인율이 내려갔고, 시설이 좋은 극장에서는 최고 종전 가격의 두배에 달하는 입장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개봉 전 불법 복제물이 없었다는 것도 흥행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라는 견해를 밝혔다.중국에서는 영화 개봉 전이나 개봉 중 개봉작의 불법 복제물은 물론, 정품 VCD나 DVD가 미리 출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영웅>의 경우, 이례적으로 국가 문화부는 개봉 전은 물론, 개봉 중에도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이미 쓰촨(四川) 등지에 배포된 6천장가량의 불법 VCD를 회수했고, 출시사에 출시 정지 명령을 내린 상태이다. 이처럼 민관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장이모의 흥행신화 예견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듯 보인다.대부분의 극장에서 연장전에 돌입한 중국의 <영웅>에 얼마 전 한국의 <무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웅>의 공식 종영일인 1월10일 개봉한 <무사>는 무협장르, 대규모 제작비, 화려한 캐스팅, 자신을 희생하는 무사정신 등 여러모로 <영웅>과 닮은 점이 많아 현지 언론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대부분 <영웅>과 비교하여 <무사>를 평하고 있는데, <무사>가 사실적이라면 <영웅>은 유미적이고, <영웅>에서는 화면의 충격으로 말미암아 배우들의 개성이 살아나지 못한 반면, <무사>는 캐릭터가 돋보이는, 특히 정우성이 돋보이는 영화라고 평하고 있다.

덧붙여 동양미학의 정신을 추구한 <영웅>에 반해 <무사>는 피비린내나는 폭력으로 가득하고, 할리우드 영화의 서술구조를 따라간 ‘한국형 할리우드주의 영화’라는 평도 하고 있다. 현재 <무사>는 236분의 러닝타임 중 80여분이 삭제된 154분으로 상영되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무사>는 한국인의 무협정신에 대한 독특한 이해로 다가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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