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언 윌슨은 까다로운 배우다. 그는 대가 로버트 드 니로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서도 “내 대사는 내가 알아서 한다”고 고집하는 작가고,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는 에디 머피가 부담스럽다며 촬영 전에 한번 만나지도 않은 소심한 코미디언이다. 그가 왜 블록버스터에 출연하는지 궁금해하는 평론가가 많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지도 모른다. 그 많은 할리우드 감독들이 왜 그를 택했는지. <오즈의 마법사>의 허수아비로 출연한다 해도,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붓질 몇번이면 분장이 끝날 것 같은 윌슨. 미식축구와 험한 영화촬영 때문에 수없이 주저앉아 비뚤어진 콧날을 가진 윌슨은 <샹하이 나이츠>나 <아이 스파이> 같은 영화로 만나게 될 거라고는 예측하기 힘든 배우였다. 그는 잘생기지 않았고, 흔하지 않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일이라고는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바틀 로켓>의 디그넌처럼, 윌슨은 정말 미국 남자 같은 외모 뒷면에서 미국적인 가치와는 정확하게 반대로 어긋나는 화살표만 골라 따라갔었다. 그런데 그들은 왜 윌슨을 택했고, 윌슨은 왜 그들을 택했을까.
<아이 스파이>의 감독 베티 토머스는 윌슨이 타고난 코미디 감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를 주연으로 택했다. 그는 정상적인 코미디와는 전후좌우가 모두 다른 농담을 구사했지만, 밀짚 같은 머리카락과 천진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무방비 상태의 표정은 모두에게 호감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윌슨은 버디무비 <아이 스파이>의 파트너 에디 머피를 한사코 피했고, 이것은 토머스에게 천둥보다 앞서 태풍을 예고하는 벼락과도 같았다. 다행히도 윌슨은 머피에게 빠르게 적응했고 두려움을 털었다. 비슷한 일은 <샹하이 눈> 촬영 때도 일어났다. 모두가 사랑하는 성룡, 그를 만난 윌슨은 “말이 통하지 않아 한마디도 못했다”는 매정한 백인의 반응만 던졌지만 “그처럼 착하고 재능있는 사람과 일한다는 건 내 직업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금세 태도를 바꿨다. 그는 너그럽진 않지만 유연하다. <바틀 로켓>에서의 연기가 너무나도 형편없어 직업 군인이 될까 고려했던, 한때 사관학교 학생이었던 윌슨은 쓰고 싶은 영화를 쓰고 좋아하는 배우와 같은 영화에 출연한다. 그는 어떤 영화에라도 섞여들 수 있는, 우스워 보일지 몰라도 비범한 재능을 가진 ‘영화인’이다.
윌슨은 잘 알려진 것처럼, 클래스메이트이자 대부분의 시나리오를 함께 쓴 <바틀 로켓> <로얄 테넌바움>의 감독 웨스 앤더슨, 콤비처럼 동반출연해온 동생 루크 윌슨과 패밀리를 이루어왔다. 앤더슨을 시나리오 작법 수업에서 만난 윌슨은 앤더슨과 공동작가로 출발했다가 뜻하지 않게 배우가 된 행운아. 존경하는 진 해크먼과 연기하고 싶어서 <에너미 라인스>를 승낙한 그는 자신의 역할이 옛 유고연방 지역에 ‘홀로’ 고립되는 미군 병사라는 사실을 깜빡했지만, 이것이 그의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퇴학, 편입, 흥행 실패. 두루 경험한 그는 안 되면 말고, 태평하게 스무디를 마시러 가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는 윌슨가와 앤더슨 감독 중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데다 여자에게 인기도 많은 소년이었다고 주장한다. <샹하이 나이츠>의 로이와도 같은 허풍이 아닐까. 그러나 우정만은 진실한 로이처럼, 윌슨은 “내가 정말 알고 있는 걸 말해야만 한다”는 한 가지 신조를 가지고 있다. <샹하이 나이츠>의 NG장면에서 짜증낼 줄 모르고 일하는 성룡 옆엔 윌슨이 그 농담을 받으며 실패한 장면을 위로해준다. 고전이 된 TV시리즈 <스타스키와 허치> 극장판 촬영을 앞에 둔 윌슨은 관객과 영화를 그렇게 다같이 위로하는 배우가 아닐까. 오언 윌슨은 ‘예술’만으론 평범한 사람의 삶을 채워주긴 힘들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이해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