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의 법칙에 엿먹으라는 듯 삐쳐오른 번개머리, 주먹 두개를 합해놓은 듯한 얼굴에 대면 족히 10등신은 돼 보이는 큰 키, 한쪽 귀에서만 짓궂게 반짝거리는 귀걸이에 쌍꺼풀 없이도 시원한 눈매, 그리고 날렵한 콧대. 공유(25)를 본 첫인상은, 그에게 “스미마셍” 하고 호객행위를 했다는 나이트 ‘삐끼’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일본 만화에서 숱하게 여주인공을 웃기고 울리던 꽃미남 남자주인공이 살과 피를 얻었다는 것이었다. 성적 평균 8점, 고등학교를 2년 꿇은 주제에 주먹에만 자신있는 문제적 고등학생 지훈(권상우)과 그의 동갑내기 과외선생 수완(김하늘)의 엽기적 러브로망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공유가 맡은 역할도 그 인상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랑도 ‘나와바리’도 모두 빼앗기고 지훈에게 복수를 꿈꾸는 한때 잘 나갔던 ‘캡짱’ 이종수. 그러나 비장미는커녕 첫 장면부터 우악스럽게 괴성을 지르며 지훈에게 덤벼들기 시작해서 백발백중 얻어맞고 나가떨어지는 순간 그의 얼굴에서 묻어나던 기시감은 ‘순정만화’에서 ‘명랑만화’로 장르이동을 해버리고 만다.
공유는 2년 전,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붙여서 지었다는 ‘방송용’ 이름으로 케이블 음악채널 m.net의 VJ 공채로 데뷔했다. 의류 카탈로그 모델과 CF 모델로 활동하던 그가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게 된 계기는 안재모, 장혁 등을 배출한 <학교> 시리즈를 통해서. 그뒤 드라마 <언제나 두근두근>에서 빤질거리지만 미워할 수 없는 대학생 박찬호를, <거침없는 사랑>에서 냉소적인 날라리 대학생 서경철을 연기했다. 하지만 고등학생 아니면 대학생 역을 단골로 해온 것이 못내 불만인 듯. 공유는 “아이돌 이미지는 절대 사양이에요. 헬스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데 남자다움을 좀더 갖추기 위해서이기도 하거든요”라고, 어려 보이는 얼굴에 현혹되지 말아 달라고, 본심을 배반하는 얼굴에 대해 조근조근 ‘해명’한다.
공유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이 대목에서 그는 ‘부산사투리 네이티브’임을 강조하며 자신을 기다리지 못하고 만들어진 <친구>에 아쉬워했다), 서울에 올라와 연기공부를 시작했다. 재수와 휴학을 거쳐 지금 경희대 연영과 3학년이지만 “오히려 연기란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고 딱 잘라 말한다. <비트>에서 임창정의 연기를 보고 양아치 연기를 한번쯤 해보고 싶었다고 얘기하다가도, “멜로라면 <봄날은 간다>, 버디무비라면 <태양은 없다> 같은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영화 장르보다는 이제 제 나이에 맞는, 진지하고 ‘남자다운’ 역할을 해보고 싶거든요”라고 서둘러 덧붙인다. 이쯤 되면 흔히 ‘만’ 나이로 이야기하는 배우들 틈에서 ‘한국식’ 나이를 강조하는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조연에게는 조연에 맞는 스포트라이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한편으로 인기가 치솟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요. 다만 이렇게 차근차근 쌓아가면서 제게도 ‘연륜’이라는 게 생기면, ‘성숙한’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날이 오겠죠.”
군대 갈 생각을 하면 초조해진다면서도 “그때까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죠”하며 눈빛을 반짝이는 그를 보고 있자니 머지않아 스크린과 브라운관, 그리고 많은 소녀팬들이 공유를 ‘독점’하기 위해 목청을 높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