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이 스크린에 돌아왔다. <와니와 준하>이후 1년 반만의 컴백. 그리 긴 공백은 아니지만 그동안 크고 작은 화제작들이 줄을 이었던 터라 꽤나 오래간만이라는 느낌이다. 복귀작으로 선택한 <화성으로 간 사나이>(제작 디토엔터테인먼트, 감독 김정권)는 정통 멜로물. 김희선이 맡은 소희라는 인물은 순수한 사랑을 나누는 멜로영화의 전형적인 여주인공이다. 여배우들의 '망가지는' 연기가 유행하고 있는 충무로의 분위기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것.
27일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추위 속에 촬영을 진행 중인 강원도 대관령 기슭의 '양떼목장'에서 김희선을 만났다.
<동갑내기…>의 김하늘을 예로 들며 "망가지는 연기가 인기다"는 기자의 말에 김희선은 "망가졌다는데 예뻐보이기만 하던데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전 멜로가 좋아요. 물론 그런 식의 시나리오도 읽은 적은 있죠. 멜로영화 하면서 감성이 민감해지는 느낌이 좋아요. 영화를 할 수록 그 영화에 맞게 성격이 변하는 것 같아요."
<화성으로…>는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남녀 대학생들의 사랑이야기 <동감>으로 서울 36만 명을 동원했던 김정권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영화는 댐 건설로 수몰이 예정돼 있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며 고향마을을 지키는 남자 승재(신하균)와 성공을 꿈꾸지만 고향을 잊지 못하는 여자 소희(김희선)의 사랑이야기다. '화성'은 어린 소희가 사람이 죽으면 가는 곳이라고 믿고있는 장소.
지난해 11월말 크랭크인해 영월, 정선 등 강원도 일대와 전북 전주 등에서 촬영을 진행, 현재 약 70% 정도 촬영이 진행 중이다.
김희선이 차기작으로 <화성으로…>를 선택한 이유는 감독이 시나리오와 함께 보내준 수몰지역 소재의 다큐멘터리 덕분.
"한동안 쉬니까 오히려 (새 영화) 선택이 까다러워 지더군요.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보다가 <화성으로…>의 시나리오와 다큐멘터리 테이프가 눈에 들어왔죠. 다큐멘터리의 내용이 마음을 아프게 한데다 아직도 이렇게 순수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날 촬영된 신은 고향에 내려온 소희가 승재와 함께 둘만의 추억이 남아있는 장소에서 밤을 지새우며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가는 장면. 영화 속 의상인 빨간 색 스웨터를 입고 기자를 만난 김희선은 예쁜 외모 뿐 아니라 솔직하고 시원스러운 웃음에 진한 인상이 내뿜는 카리스마까지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소희역에 가장 잘 맞는 배우"라고 김희선을 소개하는 김정권 감독도 "영화를 촬영하다 보니까 예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김희선의 매력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며 흐뭇해 했다.
촬영이 주로 겨울에 진행되는 만큼 촬영 중 김희선이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바로 '추위'.
"오늘 보셔서 아시죠? 날씨가 제일 힘들어요. 특히 이번 영화에는 바지 입고 나오는 장면은 하나도 없고 대부분 치마를 입고 나오거든요"
영화 <화성으로…>는 다음달 말까지 촬영을 마치고 5월 말쯤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