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취미∼! <오! 해피데이>의 정다혜
2003-03-05
글 : 이다혜
사진 : 이혜정

이영애가 어렸을 때 이런 얼굴이었을까. <비밀>의 히로스에 료코와 닮은 것 같기도 하다. 학기 초에 “‘TTL이다!’ 하고 교실까지 구경왔던 아이들도 있었는가 하면, 송혜교랑 똑같다는 사람, 김진 같다는 사람, 정다혜의 얼굴은 실로 여러 표정을, 여러 스타들을 연상시켰다. 이문세의 히트곡을 이수영이 리메이크한 <사랑이 지나가면>의 뮤직비디오에서 이영애의 학생 시절을 연기했으니, 예쁘기 때문에 으레 듣는 뜬구름잡는 공치사만은 아닌 듯하다.

정다혜는 중학교 3학년 때 잡지모델로 데뷔했다. 그리고 뮤직비디오 세편과 SBS 드라마 <피아노>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피아노>에서 억관(조재현)과 혜림(조민수)의 딸로 출현했는데, 이때 ‘배운’ 부산사투리 연기 덕에 지금도 <피아노>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뿐 아니다. <피아노>에서의 연기로 첫 영화출연작 <오! 해피데이>에 캐스팅되었다.

마음에 쏙 드는 남자를 발견한 공희지(장나라)의 막무가내 애정공세가 펼쳐지는 코미디 <오! 해피데이>에서 정다혜가 맡은 역할은 공희지의 동생 공선지다. 폭소없인 볼 수 없는 자매간의 육탄대결을 보여주겠다고. 정다혜가 “나라 언니한테 맞아서 여기, 여기 혹도 났었다니까요”하며 머리를 가리켜 보이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아직 어린데, 연기말고 다른 일 해보고 싶은 건 없어요? 하는 질문에 정다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는 딱 잘라 대답한다. “그런 점에서는 엄마 아빠한테 감사해요. 달리 할 줄 아는 게 없거든요. 어려서 육상선수를 하기도 했고, 장구를 배우기도 했지만…. 언젠가는 연극을 해보고 싶다 하는 정도 외에는, 글쎄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미스코리아 대회를 보고는 거울 앞에서 포즈를 잡아보곤 했다니 명쾌한 자기진단이 정확하긴 한 셈이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취미이자 희망사항인 소녀를 막을 게 무어랴. “그때 거울 뒤에 사인 연습한 게 지금도 있더라구요.” 그리고 이 대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말이 점점 빨라진다. “<피아노> 때도 <오! 해피데이> 때도, 겨울에 촬영하는 일이 잦았어요. 그런데 촬영이 시작되면 추운 것도 모르겠더라구요. 그냥 너무 좋았어요. 사진기자 아저씨들이 셔터를 누르면서 ‘Good!’이라고 하는 게 어찌나 듣기 좋던지!”

명랑소녀 장나라를 ‘언니’라고 칭하는 나이, 정다혜는 올 봄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남자연예인이 원빈 ‘아저씨’라는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리자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도저히 오빠라고는 못 부르겠다”며 쑥쓰러워한다.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잘 기억하죠? 하는 질문에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초등학교 때던가, 청소는 다혜가 다 해! 이런 놀림을 받은 뒤로는 그 비슷한 놀림에 시달리기만 했어요. 그리고 사실 점쟁이가 작명해준 이름은 ‘고년’이거든요. 엄마가 결사반대를 해서 외삼촌이 다혜로 지어주신 거에요.”

대박이 날까, 혹은 뜨게 될까, 하는 고민보다 정다혜라는 이름 앞에 붙은 ‘리틀 ***’라는 수식어를 떼는 것에 고민하는 그날이 오면, TV도 영화도, 그리고 소원하는 대로 연극까지도 ‘다혜가 다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4월11일에 개봉하는 <오! 해피데이>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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