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하게 둥글어진 눈매와 막내둥이의 장난기가 치켜올려준 입꼬리를 지녔지만, 그의 말투는 간단했고 말속도는 빠른 편이었다. 하여 짐작하기로, 저 사람의 원래 성격이란 <쇼쇼쇼>의 순진한 동룡이보다는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의 안 박사처럼 쿨하면서 무뚝뚝하고 피곤한 기색 같은 건 잘 숨기지도 않는 타입이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게 맞다면, 그가 왜 <쇼쇼쇼>의 동룡이 같은 배역을 택한 건지 궁금했다.
“인간적인 게 좋다”고 말하는 안재환이 보는 동룡이는 영화 속에서 다른 인물들과 달리 캐릭터의 변화 폭이 큰 인물이다. 군인 아버지 밑에서 소심하고 순하게 자랐지만 친구들과 칵테일 바를 차리게 되는 과정에서 점점 대담해져가는 모습이 좋았고, 그 부분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디테일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후반부에 애들이 칵테일 바 멋있게 차리고 나서 쇼하고 춤추는 장면 있잖아요, 동룡이는 위에서 사회 보고 미숙이는 노래하고 산해랑 상철이는 칵테일 쇼하고. 저는 그 장면이 슬프게 보였으면 했거든요. 다들 웃고 즐거워 보이지만, 사실 그게 그 친구들이 진짜 고생하면서 차린 거잖아요. 그러니, 결국 잘됐어도 얼마나 맘 아파요. 그런 게 드러나길 바란 거죠.”
그는 본인 말처럼 운이 좋은 편이다. 그림이 좋고 수학이 싫던 고2 때 갑자기 미술 공부에 뛰어들어 서울대 미대생 꼬리표를 달게 됐고, MBC 제25기 탤런트는 대학 시절 추억거리도 되고 아르바이트도 될 것 같아서 시도했다가 얻은 명함이다. 그러나 그의 왼편으로 떨어지는 조명의 반대쪽엔, 결코 편안하지 않았던 그의 어린 시절이 그림자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에게 밥을 챙겨주신 어머니 당신은 정작 끼니를 거르셨다는 이야기나, 지병으로 거동이 어려웠던 아버지가 망가진 지붕을 고치러 밖에 나가신다는 걸 울면서 말렸다는 이야기는, 신파 같지만 모두 사실이다. 막내다운 밝은 표정 뒤로 앉은 이런 기억들이 결국, 그로 하여금 아무 의미없이 보여지는 이야기보다는 진심어린 시선이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한 이유일 거다. 그런 정서가 잘 드러나서 <스탠 바이 유어 맨>이나 <소림축구> 같은 영화들이 좋았다고 말하는 그가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도 그런 거라고 했다.
특별히 해보고 싶은 역할, 아니면, 기존 영화나 TV드라마에서 욕심났던 배역은 없었을까?. “배역 문제보다는, ‘오버하지 않으면서 사람 연기’하면 되죠, 뭐.” 액션을 하든 코미디를 하든 로맨스를 하든 그 속에 사람의 진심을 알아주는 이야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하나, 연기는 ‘오버’하지 않아도 연기 영역은 ‘오버’하기를 아마 그도, 그를 반기는 사람들도 진심으로 바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