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새 영화] <지구를 지켜라>
2003-03-24

4월4일 개봉하는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감독의 상상력이 단연 돋보이는 영화. 코미디에 멜로, SF, 액션,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비틀어져 섞여있는 형식미나 '외계인 침공'이라는 소재의 독특함, 혹은 신하균, 백윤식 등 주연배우의 열연 그리고 <길>, <블레이드 러너>, <양들의 침묵>, <미저리>, 등 여러 영화들의 패러디와 오마주가 뒤섞여 있는 풍성함, 후반부 허를 찌르는 반전 등 영화의 장점은 끝이 없어 보인다. 주인공 병구를 유일하게 믿어주는 순이가 그로 부터 냉대받는 또다른 피해자로 비쳐지는 것 정도가 아쉬운 부분.

강원도 한 탄광촌에서 마네킹 만드는 일을 생계수단으로 살아가는 병구(신하균)는 어릴 적 아버지의 자살, 학창시절 친구들로부터 따돌림당하던 일, 여자친구의 죽음, 갑자기 쓰러진 어머니 등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지구를 침공하려는 외계인의 음모라고 생각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얼마 안 있어 개기월식이 되면 지구는 멸망하게 된다. 이를 막을 방법은 오직 한가지,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는 것. 병구는 이를 위해 지구인으로 위장해 활동하고 있는 화학공장 사장 강만식을 납치한다. 이유는 강사장이 지구에있는 외계인 중 왕자와 접속할 수 있는 '로얄 분체 교감 유전자'를 유일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 취미란 게 누드로 골프치기에 여배우와 호텔 드나들기인 강사장은 전형적인 악덕 기업주. 경찰청장의 사위인 그가 납치되자 경찰은 범인을 잡기위해 혈안이 된다.

한편, 병구는 왕자와 접속하게 해달라며 물파스, 때밀이 수건 등을 이용해 강사장에게 고문을 가하고, 강사장은 수차례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경찰이 취재망을 점점 좁혀오는 가운데 어느날 병원에 입원해있던 병구의 어머니가 결국 죽게되는데…

영화의 매력은 감독이 보여주는 사소한 유머에 있다.

"똥냄새로 결국 범인을 잡으셨다는 추형사님이시군요", "저, 혹시 고향이 안드로메다 아니십니까?",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지구가 위험한 거야" 등의 대사나 '인형 머리빗기기', '인형 옷 다리기' 등 여주인공의 소소한 취미, 가래 뱉는 소리처럼 들리는 외계인 언어 등 영화 속 유머들은 그다지 고상하지 못하지만 충분히 유쾌하다.

<지구를…>이 대중적 코드와 잘 맞아서 극장 흥행에서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 하지만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에게는 오래간만에 보는 독특한 영화라는 평을 받을 것만은 틀림 없어 보인다. 주인공의 이름인 '병구'는 병든 지구의 약자라고. 18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7분.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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