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
2003-03-24

한국의 '팀 버튼' 쯤 될까? 스토리의 기발함 혹은 기괴함에서부터 코미디와 멜로, SF와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가 비틀어진 채로 섞여 있는 형식, 그리고 상업영화에서는 흔히 보지 못했던 여주인공의 비범한 스타일까지 영화 <지구를 지켜라>(제작 싸이더스)는 독특함으로 똘똘 뭉쳐있다.

다음달 4일 개봉을 앞두고 최근 몇 차례 열린 시사회에서 '가장 독특한 데뷔작'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장준환(33) 감독을 최근 종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이제 막 데뷔작 연출을 마친 신인감독이지만 제작사에 따르면 장감독은 기자시사회를 마친 이후 배우 못지 않은 인터뷰 요청을 받고 있다. 감독의 머릿속이 궁금하게 만들 정도로 <지구를…>이 연출자의 개성으로 똘똘 뭉쳐있다는 얘기.

장감독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감독 자신도 영화 못지 않게 '별종'이라는 소문 때문. 촬영장 주변 여관방에서 혼자 염색한 후 나타나 스태프들을 놀라게 했다던가 어느날 갑자기 귀를 뚫고 나타났다던가 모니터를 보면서 실성한 사람처럼 혼자 깔깔댄다든가 하는 에피소드들이 촬영 중간중간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진정한 '별종'의 매력은 스스로 튀는 모습을 감추는 겸손함에 있는 법. 톡톡 튀는 개성에도 깔끔한 연출이 돋보이는 데뷔작처럼 장감독은 '가지런한' 대답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영화가 독특해서 그럴 거여요. 저 입만 다물고 있으면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거든요." "당연히 영화는 대중성이 중요하죠. 제가 재미있으면 관객들도 재미있게 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랑 비슷한 사람이 많아서 영화가 (흥행이) 잘됐으면 좋겠네요"

<지구를 지켜라>는 자신의 불행이 지구에 살고 있는 외계인 때문이라고 굳게 믿는 청년 병구(신하균)가 한 대기업 사장(백윤식)을 외계인으로 지목해 납치한다는 내용의 영화.

처음 영화를 구상하게 된 것은 우연히 영화잡지에서 '안티 디카프리오' 사이트에 관한 기사를 본 다음부터.

"디카프리오의 앞머리는 외계인과 교신을 하려는 것이고 디카프리오가 여자들을 홀려서 지구 정복에 나선다는 이야기였는데 그 생각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인게 영화 <미저리>에서 스토커로 등장하는 여주인공 캐시 베이츠의 캐릭터. "악녀로만 묘사된 캐시 베이츠의 입장에서 영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동정가는 인물인 병구의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소재나 내용도 그렇지만 영화는 캐스팅면에서도 남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신)하균씨는 얼핏 순해보이지만 눈빛에 광기가 있어요. 그 느낌 하나를 믿고 캐스팅을 했고 실제로도 미소 뒤에 에너지가 많이 숨겨져 있더라고요. 백(윤식)선생님은 차승재(싸이더스) 대표가 추천을 해줬어요. '아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하고 반가워서 부탁을 드렸죠. 팬이었거든요"

무엇보다 파격은 '반멜로'적인 여주인공 캐릭터 순이. 순이역의 황정민씨는 8년차 연극배우 출신이다. "실망이 크셨죠. 헤헤. 힘이 센 반면 그것을 믿지 않는 목소리를 가진 인물이죠. 정민이는 단편영화 연출할 때 알게된 친구예요. 처음 순이라는 캐릭터를 생각해낸 뒤부터 당연히 이 역을 정민이가 해야 된다고 생각했죠"

신인 감독이지만 장준환 감독은 자신이 존 레논의 환생이라고 믿고 있는 한 청년을 다룬 단편 <이매진2001>으로 단편영화 팬들에게는 꽤나 이름이 알려져 있다. 영화 <유령>의 시나리오를 맡은 바 있으며 영화아카데미 동기인 봉준호 감독과 함께 제작사 싸이더스의 기대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그도 처음에는 "집에는 독서실 간다고 해 놓고 하루종일 동시상영관을 전전한 그냥 관객"이었다고. 대학 4학년 때 나이 많다고 안 받아주려는 영화 서클에 졸라서 들어갔던 것이 영화를 시작한 계기.

<구를…>이후에 구상하고 있는 작품을 묻자 엄숙한 표정으로 "유장하고 길고, 크고…" 등의 수식어와 함께 차기작 설명을 시작했다. "제목이 <Fart Man>이에요. 'Fart' 아시죠? '방귀'라는 뜻의 영어. 원래 이 영화를 데뷔작으로 생각했었는데 너무 스케일이 커서요…"

그는 앞으로 딱히 장르영화의 연출을 거부할 생각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냥 쓰다 보니, 하다 보니, 만들다 보니 자꾸 보통 장르영화랑은 달라지네요. 장르를 가져오더라도 비틀고, 오마주, 패러디로 다른 느낌으로 표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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