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뉴욕] 웬만해선 콜린 파렐을 막을 수 없다?
2003-04-07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조엘 슈마허의 <폰 부스>, 두 차례 개봉 연기 끝에 개봉해 흥행몰이

데미 무어부터 브리트니 스피어스까지 특급 여성스타들을 연인으로 맞고 또 떠나보내며 영화보다 가십 칼럼들로 더욱 유명해진 할리우드의 신성 콜린 파렐. 지금 미국 영화계는 “콜린 파렐 스타 만들기” 작업으로 한창 분주하다. 올해 이미 알 파치노의 <리크루트>와 벤 애플렉의 <데어데블>에 출연해 1억5천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데 큰 몫을 해낸 파렐은 저격수에 의해 부스에 갇힌 뉴욕의 홍보전문가 스튜로 분한 <폰 부스>가 6일 1천500만달러의 입장수입을 거둬 북미 박스오피스 1위을 기록, 자신의 스타성을 화려하게 입증했다.

맨해튼을 소재로 해 최근 미디어 시사회와 프리미어를 뉴욕에서 가진 <폰 부스>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홍보 담당자 스튜 셰퍼드의 이야기다. 영화는 그가 뉴욕시 한복판의 전화부스에 걸려온 전화를 무심코 받으면서 시작된다. 전화선 저편의 목소리는 “전화를 끊거나 전화부스를 떠나면 총을 쏘겠다”고 협박한다. 스튜는, 스스로를 “도덕적 심판인”으로 자처하며 그의 비열함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겠다는 저격수와의 심리 게임에 말려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유리관처럼 비좁게 느껴지는 전화부스에 갇히게 된다.

지난 2000년 12월에 촬영을 마친 이 영화는 본래 2001년 가을 개봉을 목표로 제작됐으나, 9·11 테러로 연기됐다. 이후 파렐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출연하자 제작사 이십세기 폭스는 이 여세를 몰아 “콜린 파렐 스타 만들기”를 꿈꾸며 지난해 11월 <폰 부스>를 개봉하려 했다. 하지만 상영을 한달여 앞둔 10월2일 워싱턴 D.C.에서 들린 총성으로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10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는 등 3주 동안 계속된 이 연쇄 저격살인사건으로 <폰 부스>는 무기한 연기됐다.

그러나 이같은 불운도 아일랜드 출신인 파렐의 행운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부터 시작된 흥행 행진은 올 1월 <리크루트>와 2월 개봉된 <데어데블>로 이어졌다. 덕분에 파렐의 몸값은 800만달러에서 1천만달러를 호가하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파렐이 <폰 부스>로 탄탄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며, 새뮤얼 L. 잭슨과 함께 주연한 <S.W.A.T.>와 알렉산더 대왕 역을 맡게 될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알렉산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버금가는 스타로 성장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폰 부스>의 슈마허 감독은 파렐의 미국영화 데뷔작인 <타이거랜드>에 당시 무명이었던 그를 전격 기용해 파렐에게는 은인 같은 존재다. 파렐은 “조엘은 내가 새벽에 감옥에서 전화를 해도 단숨에 달려와 날 꺼내줄 친한 친구”라며 “그가 불러만 준다면 어느 영화에나 출연할 것”이라고 기자회견장에서 서슴없이 말했다.

슈마허 감독은 <로스트 보이즈>와 <유혹의 선> <폴링다운> 등의 전작들처럼 이 영화에서도 자신의 특기인 화려한 캐스팅과 연기 조율로 눈길을 끌었다. 저격수 역을 맡은 키퍼 서덜런드와 경찰 반장 역의 포레스트 휘태커, 스튜 부인 역의 라다 미첼, 스튜의 애인 파멜라 역의 케이티 홈스 등 재능있는 배우들을 썼다. 특히 홈스는 슈마허 감독의 다음 작품인 뮤지컬영화 <오페라의 유령>에서 주연을 맡을 예정이다.

할리우드 기준으로 본다면 독립영화 수준인 1200만달러의 예산과 12일이라는 초스피드 촬영일정으로 만들어진 <폰 부스>는 TV드라마와 B급영화 베테랑 래리 코언이 각본을 썼다. 촬영은 <레퀴엠>과 <파이> 등의 작품에서 캐릭터의 불안 심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던 매튜 리바티크가 맡았다. 이외에 <폰 부스>는 예산과 교통, 스케줄상의 이유로 타임스퀘어 장면만을 맨해튼에서 촬영했으며, 나머지는 뉴욕시와 비슷한 LA 도심지에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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